이제 세계 석유가격 동향을 알고 싶은 투자자는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아닌 북해산 브렌트유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미국의 셰일오일이 본격 생산되면서 석유 가격 벤치마크로서 WTI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TI의 신뢰성이 떨어진 이유는 셰일오일 생산으로 미국 내 석유 수급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결 수월해진 데 따른 결과다. 노스다코다와 텍사스 등에서 셰일오일이 생산되면서 WTI는 지난해부터 브렌트유보다 많게는 배럴당 28달러까지 싸게 거래되고 있다. 셰일가스와 함께 셰일층(혈암)에서 나오는 셰일오일은 탄소 함유량이 많고 황 함량이 적은 경질류로 WTI와 품질이 비슷하다. 셰일오일은 아직 미국 내에서만 소비할 수 있어 생산량이 늘수록 착시효과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헤지펀드와 정유업체들은 이미 브렌트유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지난달 브렌트유의 선물 계약 건수는 1400만건으로 WTI 계약(1031만건)을 압도했다.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가 WTI선물 거래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3월만 해도 WTI 선물은 1078만건이 계약돼 브렌트유(570만건)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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