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국민행복기금…개인 빚탕감' 찬반 토론

입력 2013-04-12 14:52  


국가가 개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게 옳을까.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뒤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바로 ‘국민행복기금’ 문제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국민행복기금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적 약속이라는 공방이 일었다. 표를 얻기 위해 개인의 빚까지 덜어준다면 다음 선거에서 또 어떤 유사정책이 공약으로 포장돼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최근 국민행복기금은 1차 실행방안 발표로 시행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빚을 탕감해줄 수 있을까? 생글기자들이 찬반토론을 벌였다.


반대 "빚탕감은 열심히 살며 상환중인 사람을 실망시킨다"

지난달 29일,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서민금융정책인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 이는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 중 지난 2월 말 이후 현재까지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에 한해 최대 50%, 저소득층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70%까지 채무감면을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저금리에 장기분할로 상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어 근로 의욕을 향상시킨다는 점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계부채와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성을 갖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이 야기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도덕적 해이 문제를 들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이 ‘언젠간 국가가 내 빚을 탕감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6개월 연체를 일부러 만든다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아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제로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1.04%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과 비교해 돈을 빌리는 것의 위험성이 적어져 오히려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병존한다.

다음으로 형평성 문제이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도 돈을 쪼개가며 연체를 상환하는 성실 상환자를 외면하고, 불량 채권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역차별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행위는 성실 상환자들이 기존까지 성실히 납부해왔던 행동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할 요소가 다분하다. 즉 기존의 성실 상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적용대상의 기준도 임의적이다. 1억원 이하의 대출자가 적용대상인데 2억원 이상 대출자가 오히려 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일 수도 있다. 대상자가 발표된 이후 ‘왜 1억원 이하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억원 이하의 대출자가 돈을 어떻게 썼는지도 밝혀야 하는 대목이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 쓴 사람도 있지만 개인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개인이 투자하려다 빚을 떠안은 것까지 국가가 나서서 도와준다면 ‘투자해서 벌면 내돈이고 빚지면 국가가 갚는다’는 얘기가 된다.

재원도 문제다. 국가는 결국 세금으로 거둬들여 조성한 예산에서 행복기금을 떼낼 게 뻔한데 그 세금을 그렇게 써도 되는가는 의문이다. 세금 중에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어렵게 번 돈 중 일부를 떼내 세금으로 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세금을 어떻게 빚을 졌는지도 불명확한 대출자를 돕는다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다. 행복기금으로 돈을 쓰기 위해선 어디선가 예산지출을 줄여야 하는 문제도 있다. 과연 행복기금이 다른 지출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이란 말 자체도 문제다. 국민행복은 국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개인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행복추구권도 그런 의미다. 국가가 행복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는 일시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채무감면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빚을 갚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계유지를 위한 일자리 마련, 최저임금 현실화 등의 후속적인 보완조치, 소득향상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새로운 빚을 만들게 될 뿐이다. 빚을 만들어 내는 사회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행복기금은 단발성 정책에 불과할 것이다. 당장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처음 내정된 18조원을 이용해 혜택을 보장하는 개인회생에 조금 더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존의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도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개인의 일자리와 소득 획득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추유미 생글기자 <경남외고 2년, chu_ym@nate.com> / 원지호 생글기자 <광동고 3년, jihowon9508@gmail.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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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경제적 무능력자의 재기를 돕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국민행복기금이 곧 시행된다. 국민행복기금이 18조원이라는 큰 규모로 조성되는 사업인 만큼, 여러 곳에서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행복기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먼저, 국민행복기금이 실행되었을 때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크게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문제가 있다. 정부가 무상으로 빚을 감면해주는 것이 하나의 인센티브가 되어 빚을 갚으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고, 더 많은 채무자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도덕적 해이에 해당된다.

또 여태까지 열심히 빚을 갚아온 이들에게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역차별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들이 국민행복기금이 실행되었을 때, 사회에 줄 수 있는 장점보다 더 큰 것인가는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이 실행되게 된다면 첫째로, 계속해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가계부채는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 거의 1000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에 이르렀으며, 그 증가 추세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가계부채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사회를 장기 침체시킬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국민행복기금은 가계부채를 탕감시킴으로써 좀 더 안정적인 사회를 추구할 수 있다.

둘째로, 국민행복기금은 서민의 사회적, 경제적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실행되면 우선 130만명의 많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할 수 있는 동시에, 침체된 경제에 원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빚을 탕감함으로써, 경제적 무능력자로 전락한 신용불량자들에게 재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이를 통해 경제를 더 활성화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무능력자, 소위 말하는 신용불량자들은 대부분 자력으로 회생할 수 없는 경제적 ‘환자’와도 같다. 국가마저 이러한 경제적 환자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경제적 환자들의 미래는 아무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약속이고, 누구도 이 정책의 성패 여부는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실행의지와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만큼 무조건 국민행복기금이 불러올 부정적인 면만 보고 단편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국가의 역할도 생각해봐야 한다. 오늘날의 국가는 ‘최소개입에 그쳐야 한다’는 야경국가에 머물러 있지 않다. 국가는 전쟁을 막고 법을 유지하고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역할만을 해야 한다는 시각은 복잡다단해진 오늘날의 국가역할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국가는 계층 간 갈등과 불평등, 소득 양극화 같은 사회복지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시행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국가가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제3의 길이란 자유방임도 아니고 사회주의적 통제가 아닌 중간을 선택해 국민행복을 높이는 노선이다. 의료보험제도와 국민연금제도 같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개인 빚의 전부를 없던 일로 해주는 것도 아니다. 쓰러져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정도다.

이 기금에 들어가는 돈도 일부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예산을 조정하면 가능하다. 예산을 조정하면 쓸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다. 새로 세금을 부과해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또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선거는 공약으로 판단받는 정치적 의사결정인 만큼 국민행복기금을 포함한 공약으로 당선됐다면 지키는 것이 옳다.

대상 범위도 선거 당시보다 상당히 줄었다. 1억원 이하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김호기 생글기자 <대구과학고 3년, ghrl6173@naver.com> / 김병민 생글기자 <세종고 3년, kbm95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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