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제 산적…성과는 불투명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2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함에 따라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야 합의로 개헌 관련 기구가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으로 18대 국회 때처럼 개헌 논의가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대행과 변재일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야 6인협의체 회의 직후 “우리나라의 통치 권력구조 등과 관련해 개헌에 공감한다”며 “산발적 논의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개헌 논의를 위한 기구를 양당 원내대표 간 논의를 통해 구성한다”고 말했다.
개헌론은 지난 18대 국회 때 국회의장 산하에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설치되고, 여야 의원들이 산발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고,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분권형 개헌을 위한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었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이 그동안 개헌 논의의 발목을 잡았지만 이제 내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여야가 헌법 개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대통령의 임기 초반인 만큼 새로운 통치 권력구조를 논의하기 위한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년 대통령 단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재 헌법은 군부 장기 독재를 마감한 1987년 개정됐다. 지난 26년간 시행과정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안으로는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등이 거론된다.
19대 국회에선 이미 국회의원 모임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유인태 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100여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가 구성됐다는 점에선 과거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야가 풀어야 할 입법과제가 산적해 있어 얼마나 속도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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