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와타나베 부인 비켜라…대한민국 金사장 간다

입력 2013-04-12 17:57   수정 2013-04-13 05:02

해외 주식·채권·외환선물에 수십억~수백억 베팅 '고수익'
웬만한 PB보다 감각 뛰어나



지난 1월 말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장은 본사 글로벌사업부로부터 다소 특이한 주문을 받았다. 한 고액 자산가가 파운드화로 표시된 유럽 은행 후순위채 3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싶어 하는데 본사가 보유한 관련 채권이 150억원어치밖에 없으니 나머지 150억원어치를 사 달라는 것이었다. 최 법인장은 프랑스계 BNP파리바와 독일계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후순위채를 매입해 본사로 보냈다.

이 고액 자산가가 파운드화 채권을 사들인 이유는 영국 중앙은행이 새 총재가 취임하는 7월 이후 공격적으로 돈을 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파운드화 값이 1월 초부터 급락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파운드화가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자산가에겐 저가 매수의 기회였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우량 은행 등이 발행한 후순위채에 몇 차례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분”이라고 했다.

해외 자산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금융시장을 무대로 주식, 채권, 외환선물, 원자재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투자 경험이 많은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글로벌 경제를 보는 시각과 상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대표적 해외 투자 거점으로 꼽히는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의 황세영 부장은 “해외 투자 큰손들은 주로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중·후반 정도 연령대의 사업가로 해외에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해외 비즈니스를 하면서 국제 경제를 보는 감각이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면 한국에선 ‘김 사장’이 고수익을 찾아 해외를 누비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해외 투자 거점으로 유명한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의 김진곤 이사는 “많은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하는 자산으로 해외 투자 상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들 자산가는 보통 30% 정도의 자산을 해외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강북센터 고객들의 예탁자산은 대개 1인당 80억~500억원 전후로 알려졌다. 이 중 30억~160억원 전후의 자산을 해외 시장에서 굴린다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해외 주식투자 규모는 16억6952만달러로 전분기 6억5515만달러보다 2.5배가량 늘었다. 해외 채권투자 규모는 42억1029만달러로 전분기 35만5527만달러보다 18.5% 증가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관련 정보도 풍부해지고 있다”며 “자산가들이 직접 발굴해서 집중 투자하는 행태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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