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저에 제동거나…빠른 절상 속도에 신흥국 불만 거세져

입력 2013-04-14 16:50   수정 2013-04-15 03:04

빠른 절상 속도에 신흥국 불만 거세져


엔저(低)가 주춤해졌다. 한때 달러당 100엔까지 바짝 접근했던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98.3엔으로 떨어졌다. 엔화가치가 하루 만에 1.3엔가량 오른 것이다. 미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 탓이었다. ‘아베노믹스(신조 아베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를 지지해왔던 미국 재무부가 이날 “일본의 환율 정책을 면밀히 모닝터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월스트리저널(WSJ)은 “미국이 엔저를 경고하고 나섰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엔저 경고’

미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2013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인지, 통화가치의 약세를 위한 것인지 신중이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 하여금 경쟁적인 평가절하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정책을 자제하도록 압박하겠다”며 “일본은 의도적인 환율 조정을 자제키로 한 주요20개국(G20)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본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는 국내시장에서 기업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지 말고 규제완화 등 체질 개선 등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번 환율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시사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은 의도적인 엔화 평가절상 ‘의혹’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회생을 위해 아베노믹스와 엔저를 사실상 눈감아왔다. 게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의 참여를 끌어 들이기 위해 엔저를 ‘용인’해 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엔화의 평가절상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신흥국의 불만이 거세지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앨린 루스킨 도이치뱅크 환율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일본으로하여금 엔화 약세를 유도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일본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채권을 매입하는 금융완화 정책)’를 발표한 이후 엔화가치는 달러 대비 7% 평가절하됐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에는 15% 떨어졌다.

○18일 G20재무장관 회담이 분수령

일본 당국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일본의 금융완화 자체를 문제삼고 있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엔저 기조가 유효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일정 수준의 조정 기간을 거친 뒤 엔저 흐름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엔화가치가 97~100엔 사이를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오는 18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와 함께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이 엔화 향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카시마 오사무 시티은행 외환전략가는 “구로다 총재가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일본의 금융완화에 대해 각국의 이해를 얼마만큼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ㆍ도쿄=장진모/안재석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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