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판사들, 외부 감정결과에 너무 의존"

입력 2013-04-14 18:37   수정 2013-04-15 04:07

대법원 '민사 재판 리포트 2013'

"판결문 간단하면 당사자 불만"



의사, 감정평가사 등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선임한 감정인과 감정결과에 대한 변호사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민사재판 1심재판 과정을 개선, 항소 비율을 낮추기 위해 변호사들과 법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물인 ‘민사재판 리포트 2013’을 14일 발표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재판부가 감정결과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며 감정인과 감정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판사가 감정서를 읽어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가지고 판결주문을 정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감정인 선임과정의 로비정황도 확인됐다. 한 변호사는 “감정신청인이 특정협회를 감정인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 재판부가 해당 협회에 공문을 보내면 감정신청인이 해당 협회에 로비를 벌여 자기 쪽 관계자가 감정인으로 선정되도록 한다”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법”이라고 소개했다.

재판부의 ‘심증개시(心證開示)’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심증개시는 재판부가 당사자에게 본인의 주장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미리 알려줘 주장을 보충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사자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함으로써 판결 불복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소형로펌의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드러나지 않은 쟁점에 대한 판단에 따라 패소하게 되면 의뢰인들은 전관예우를 의심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 작성 방식을 놓고도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소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판결문이 너무 간단하면 당사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변호사는 “판사가 쟁점과 무관하다고 생각한 당사자의 주장이라도 그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며 “패소한 측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없으면 일단 항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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