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추억을 아파하지 마라 나는 왜 귀로를 맴돌고 있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57·사진)가 작사가로 정식 데뷔한다. 오는 23일 발매 예정인 조용필 19집에 수록된 '어느 날 귀로에서'를 통해서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10년 만에 들고 나온 정규 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이다. 조용필이 작곡하고 송 교수가 노랫말을 붙였다.
합리적 중도보수인 송 교수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와 초대 내각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사. 명망 있는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그가 작사가로 데뷔하는 사연이 흥미롭다.
송 교수는 조용필의 열렬한 팬이다. 이따금 사석에서도 만난다.
'어느 날 귀로에서'는 송 교수가 귀가길 만났던 동년배 택시기사와의 스토리가 담겼다. 사회적 지위나 역할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온 그의 세대가 느끼는 고민은 닮아있었다. 사석에서 얘기가 흘러나오자 듣고 있던 조용필이 노랫말로 써 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이 곡은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돌아보는 노래다. '화려했던 시간들 울고 웃던 친구들 그 곳에 두고 떠나야 하네' '나는 왜 귀로를 서성거리나 돌이킬 순 없지만 이제는 알 것 같은데' 같은 노랫말이 그렇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 주된 정서지만 타깃이 분명하다. 50대 그의 동년배들이다. 지난달 펴낸 송 교수의 저서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책이 이 시대 50대 인생보고서라면 노래는 그 세대의 애환을 담았다.
사회학의 기본 연구과제 중 하나는 세대별 분석이다. 송 교수의 이번 시도가 단순한 외도로만 보이진 않는다.
노래는 데뷔 45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처음 여는 쇼케이스에서 선보인다. 쇼케이스는 23일 앨범 발매에 맞춰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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