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설 게임장, 빨간머리 철가방으로 위장한 경찰에 적발

입력 2013-04-15 15:35  

“그릇 찾으러 왔습니다.”

지난 2일 새벽 2시, 서울 시흥동 음식점이 몰려있는 대로변 상가 2층 ‘xx 영상체험방’. 머리를 붉게 염색한 채 ‘24시간 배달가능’이란 붉은 글씨가 적힌 철가방을 든 중국집 배달원이 찾아왔다. 이 곳은 체험방 간판을 걸고 경찰의 눈을 피해 불법 사설경마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배달원은 “배달을 하다가 우연히 이 곳을 알게 됐다”고 게임장 직원을 안심시킨뒤 어떻게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현금을 내면 포인트를 받아 게임을 하고, 새벽 다섯시까지 영업한다는 사실을 안 배달원은 이후 게임장을 찾아 새벽까지 게임을 했다. 일주일뒤인 지난 9일, 이 게임장에 금천경찰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커피를 마시고 있던 빨간 머리 배달원은 달아나려는 게임장 업주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직 경찰이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중국배달원으로 위장침투해 도심 한복판에서 은밀히 운영되던 불법 경마게임장을 적발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9일 금천구 소재 음식점이 밀집한 대로변 상가에서 ‘영상체험방’으로 위장하고 사설경마 게임기 40대를 설치해 무제한 배팅 경마·도박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실제 업소주인 이모씨(47·남) 등 6명을 검거했다고 15일 발표했다. 6명 중 업주 이씨에게는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경마게임기를 설치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금액을 무제한 베팅하도록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수백~수천만원의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범인들은 게임장을 찾는 고객에서 현금을 포인트로 환전해 베팅하도록 유도했고,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게임장 외부에 은밀하게 환전상을 상주시켜놓고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현장에 위장침투한 금천경찰서 A모 경찰은 약 2년 전부터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해 불법사설게임장이나 성매매업소를 적발해오고 있다. A 경찰은 “불법 경마게임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 검거 10일 전부터 손님으로 위장해 게임장 운영실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후 불법 사설경마게임장 등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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