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거릿 대처에 대한 추억

입력 2013-04-15 17:26   수정 2013-04-16 06:44

잡화상의 딸에서 조국의 영웅으로…이 시대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교훈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며칠 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인생무상이다.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부터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대정치인도 결국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구나. 기품 있는 외모에 정적들도 존경해마지 않은 대단한 웅변력과 논쟁 능력을 겸비했던 사람도 결국 한 줌 흙으로 가는구나.

대처 전 총리는 그녀의 능력만큼이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영국 국민도 한편에선 그녀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피도 눈물도 없던 시장주의 신봉자가 죽었다며 사망 파티를 벌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던 간에, 그녀가 한때 복지병과 노조병으로 유럽의 꼴등 국가로 전락하던 영국을 그 유명한 대처리즘을 통해 다시 유럽의 일등 국가로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자리에 연연해 노조와 좌파진영에 번번이 굴복하며 복지병과 노조병에 손도 못 대던 뭇 남성 총리들과 달리 확고한 비전, 일관된 원칙 그리고 불굴의 용기로 과감히 영국병을 수술해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나는 대처가 수상이 될 때부터 실각하던 때까지, 1980년대 내내 영국에 살면서 그녀의 개혁을 지켜보았다. 그 개혁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복지지출이 대폭 삭감되고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됐다. 연일 노조의 파업과 학생·교사들의 반대데모가 계속됐다. 그러나 그녀는 영국 국민에게 호소했다. 비록 이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국 경제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고 영국은 삼류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다수 영국 국민은 그녀를 믿고 세 번이나 총선 승리를 안겨주었다.

회고하건대 불퇴전의 용기와 파이팅 능력이 없었다면 그녀의 개혁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혁 초기 그녀의 정치생명이 꺼져갈 즈음, 아르헨티나가 자신의 코앞에 있는 포클랜드 섬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점령했고 그녀는 과감히 이역만리까지 군대를 보내 섬을 탈환함으로써 영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다. 개혁 초기 노조들이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왔을 때 그 막강하던 기관사노조, 철강노조 등을 몇 년에 걸쳐 차례로 굴복시키고 마지막으로 1년여의 ‘전쟁’ 끝에 최강 탄광노조까지 손을 들게 만들었다. 영국 노조병을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평범한 잡화상의 딸로 태어나 오로지 끊임없는 노력과 용기로 조국과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마거릿 대처의 삶은 자신의 불행을 위로해 주기만을 바라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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