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시장에 불지른 아베노믹스

입력 2013-04-15 17:32   수정 2013-04-16 04:05

"엔화 투자 몰릴 것" 예상
글로벌 자금 발빠른 이동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완화 정책 여파로 신흥국 금융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본 국채 수익률(금리)이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아 신흥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으로 전 세계 투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조사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BOJ가 지난 4일 대규모 채권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신흥국 채권과 통화에 투자하는 펀드에 4억3800만달러가 유입됐다.

투자자들은 일본 투자자들이 앞으로 신흥국 시장에 몰려들 것으로 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헤지펀드 애들란트자산운용의 줄리안 애덤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일본인들은 남아공을 좋아한다”며 “지난주 남아공 랜드화와 랜드화 표시 채권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랜드화 가치는 지난 3일 이후 미국 달러에 비해 약 3% 올랐다. 같은 기간 터키 리라화 가치도 비슷한 이유로 약 1% 상승했다.

신흥국 주식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MSCI의 신흥시장주가지수는 BOJ의 채권매입 계획 발표 이후 약 2.1% 올랐다. 아시아의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발행된 정크본드는 181억달러로 연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0년의 162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아베노믹스가 우려했던 대로 신흥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치자 각국 정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환율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12일 의회에 제출한 ‘2013년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일본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인지, 통화가치 약세를 위한 것인지 신중히 관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평가절하에 제동을 걸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99엔대 후반에서 15일 98엔대로 상승(엔·달러 환율 하락)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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