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KAIST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 미래전략 심포지엄’에는 5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준비된 300여개 좌석이 모자라 회의장 뒤쪽에 선 사람은 물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 행사가 성황을 이룬 건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의 특강 덕분이었다. 새 정부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에 대한 귀동냥을 위해 세종시의 경제부처 관료들이 대거 상경했다는 게 주최 측의 귀띔이다.
요즘 관가의 필독서는 3년 전 출간된 ‘창업국가(Start-Up Nation)’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모델로 알려진 이스라엘이 하이테크 강국이 된 비결을 다룬 이 책은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번역했다. 이 책을 밤새 탐독한 공무원들은 요즘 이명박정부 때 작성했던 페이퍼에서 ‘녹색성장’을 지우고 ‘창조경제’를 열심히 채워넣고 있다.
'창조경제' 열풍에 기업은 담담
이렇게 관가와 관변에선 창조경제 열풍이 뜨겁지만, 정작 기업들은 담담한 모습이다.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창조경제에 발맞춰 ‘창조경영’ 선언이라도 나올법 하지만 그렇지 않다. 5년마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던 정권발(發) 국정 화두에 내성이 생겨서일까. 저(低)성장 경제위기와 북한의 전쟁위협에 창조경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어서일까. 한 경제단체 임원에게 이런 궁금증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창조경제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해온 게 창조경영이고, 창조경제인데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최근 정의했다. 되새겨 보면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맨주먹으로 한국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킨 과정 자체가 창조경제였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서산 간척사업 때 빠른 물살로 막바지 공사에 애를 먹자 발상을 전환해 폐유조선을 침몰시켜 둑을 막은 것이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도 반대했던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단하고 도전한 것이야 말로 ‘패러다임 전환과 창의성으로 새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환경 조성하고 빠져야
물론 1960~1970년대 현대와 삼성이 그랬듯이 지금은 벤처기업이 창조경제를 이끌고 제2, 제3의 현대와 삼성이 돼야 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벤처기업만으론 불가능하다는 것도 자명하다. 우린 김대중정부 때 시행착오를 겪었다. 1999~2000년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벤처기업이 활성화됐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만든 제품이 판로를 찾지 못해 망한 경우가 허다했다.
박근혜정부는 김대중정부 때의 ‘벤처 거품’을 타산지석으로 삼야야 한다. 창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연계다. 이미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대기업은 벤처기업엔 훌륭한 마케팅 인프라다.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손잡으면 잡아먹힐 것이라는 우려는 공정거래제도로 불식시킬 수 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궈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 창조경제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란 사실이다. 정부는 환경만 조성하고 빠져야 한다. 정부의 과잉 개입은 기업의 창의성을 방해한다. 공무원들의 창조경제 ‘열공’이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다.
차병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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