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현대차그룹까지?…서울의 관문 파이시티를 잡아라

입력 2013-04-15 17:43  

롯데 등 백화점 3사·블랙스톤 등 PEF 인수의사
서울 출입구 양재IC 상징성에 배후상권도 '든든'




이 기사는 04월11일(06:2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의 관문' 파이시티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는 물론 사모펀드(PEF)와 부동산펀드, 부동산리츠사 등이 파이시티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파이시티 맞은편에 본사를 둔 현대자동차그룹까지 인수후보로 떠오르면서 최종 승자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3사와 세계 최대 PEF 가운데 하나인 블랙스톤, 라셀로인베스트먼트, 안젤로고든, 스탠다드차타드PE 등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거나 투자의사를 밝히고, 파이시티를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파이시티 인수후보군은 예비입찰이 마감되는 다음달 11일 확정된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예비 인수후보자들의 윤곽이 이미 드러났다. 당시 매각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회계법인들이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나 펀드의 LOI를 함께 제출했기 때문이다.

파이시티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8만5800㎡에 35층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파이시티에 인수후보자들이 몰리는 것은 서울의 관문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상징성과 입지조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독점해온 서울 랜드마크 바꿀 매물
경부고속도로로 서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양재인터체인지(IC) 바로 옆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본사다. 그룹 사옥에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기업이미지(CI)는 서울의 첫인상으로 자리잡았다.

파이시티는 현대·기아차가 '독점'해 온 서울의 첫인상을 대번에 바꿀 수 있는 매물로 평가받는다.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현대·기아차 본사와 마주보고 있는데다 부지 면적은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에 농협이 국내에서 보유한 가장 큰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를 합친 것보다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최대 45층 높이로 건설되는 파이시티의 대형 복합쇼핑센터에 CI를 내거는 기업은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강력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밀집·보금자리 주택 1만1000세대 들어서
든든한 배후상권을 확보해 사업성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올 연말 준공예정인 서초보금자리(3390세대)와 우면2보금자리(3332세대), 내곡동 보금자리(4355세대) 등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보금자리 주택 1만1077세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길 건너편에 코스트코와 이마트, 하나로마트 등이 밀집해 있어 파이시티가 완공되면 양재지역은 강남 최대 쇼핑센터로 부상할 전망이다.

파이시티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백화점 3사의 경쟁이 가장 뜨거울 것으로 부동산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양재는 서울 강남과 분당을 잇는 교통 요충지이자 백화점 3사가 저마다 강남에서 확보하고 있는 상권이 만나는 혈맥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인수하면서 반포에 신세계타운을 구축한 신세계그룹의 종단정책과 잠실타운을 본거지로 하는 롯데그룹의 횡단정책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과 코엑스점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잠실의 롯데와 반포 신세계백화점의 협공을 당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역시 양재를 확보해야 포위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파이시티를 직접 인수하려는 반면 신세계그룹은 파이시티를 인수한 부동산펀드로부터 건물을 임대하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인수해 본사 활용 가능성도
IB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또다른 후보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는 포화상태에 이른 양재동 본사를 대신해 서울 성수동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인허가가 나지 않아 건설계획이 불투명해졌다.

현대차그룹이 길 건너 파이시티를 인수해 본사 건물을 세울 것이란 전망은 이런 사정 때문에 나온다. 파이시티에 본사 건물을 세우면 현대기아차는 서울의 출입구인 경부고속도로 양재IC를 현대·기아타운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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