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업계 1위를 지켜왔던 비아그라는 부진한 반면 토종 제품들이 뜨고 있다.
16일 의약품시장조사기관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 매출액은 256억 원으로 한국릴리의 시알리스 매출액 269억 원에 못미쳤다. 토종 제약사 한미약품의 '팔팔' 매출이 230억 원으로 3위로 뛰었다.
팔팔이 지난해 5월부터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아그라 순위는 더 떨어질 수 있었다. 4위는 동아제약 자이데나, 5위는 SK케미칼의 엠빅스가 차지했다.
지난해 5월 비아그라의 국내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서 업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미약품, CJ제일제당, 대웅제약 등 토종 제약사들이 비아그라 제네릭을 연달아 쏟아냈기 때문. 상위 5개 업체 중 3사가 토종 제품일 정도로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143억 원과 68억 원 줄었다.
토종 제품의 인기비결은 싼 가격과 다양한 제형이다. 의약품도매가 기준으로 한미약품의 팔팔은 비아그라 가격의 4분의 1 수준. 팔팔이 출시 7개월 만에 업계 3위로 올라선 이유다.
토종 제품은 제형도 여러가지다. 국내 제약사들은 발기부전치료제의 특성상 드러내놓고 복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껌처럼 씹거나(츄형) 입안에서 간단히 녹일 수 있는(필름형) 형태의 제품을 내놨다.
이같은 변화에 한국화이자는 올 초 사상 첫 희망퇴직프로그램(ERP)를 가동시켰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매출 감소을 겪으며 적자전환해 지난해 영업손실만 144억 원을 기록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화이자가 한미약품에 제기한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 기간을 이어가려던 한국화이자의 구상이 어그러졌다.
한국화이자는 다시 한번 국내 왕좌를 노리고 있다. 지난 2월 필름형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서울제약과 합작으로 '비아그라엘'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제형을 다양화시켰다. 필름 안에 고용량(100mg)을 녹여내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비아그라는 1998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전 세계 3800만 환자에게 19억 정이 보급돼 안전성을 입증했다" 며 "특허 만료 후 복제약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만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비아그라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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