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구는 창조경제] 신세계, 위생관리·상품화 공동 연구로 '상생' 앞장

입력 2013-04-16 15:31   수정 2013-04-17 14:26

유기농 장과 식초를 만드는 기업 가을향기는 신세계백화점의 고급 식품 매장 SSG푸드마켓 장류 코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다. 지난해 7월 입점해 매출이 매달 10%씩 늘고 있다.

가을향기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받았지만 백화점에서는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내 수공업 형태로 장류를 만들어 온 가을향기가 백화점의 위생 관리 규정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향기 제품이 SSG푸드마켓에 들어올 수 있었던 데는 신세계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신세계는 식품 담당 바이어와 상품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가을향기에 보내 플라스틱 소재로 된 장 항아리 뚜껑을 위생 관리가 쉬운 유리 소재로 바꾸고 항아리에 장 숙성 연도를 표기하도록 했다. 신세계는 유통업체로서 협력사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 제품의 상품성을 높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애란 가을향기 대표는 “유통 과정에서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을 신세계가 알려줘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사인 이마트도 협력사와 함께 신상품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이마트가 판매한 피조갯살은 이마트 수산 담당 바이어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판매대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피조개는 금속 재질의 그물형 망으로 갯벌 바닥을 긁어 채취하는 탓에 전체의 30%는 채취 과정에서 껍데기가 깨진다. 깨진 조개를 빼고 나면 단가가 비싸져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기가 어려워진다. 최우택 이마트 수산팀 바이어는 깨진 조개는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발라내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장될 뻔했던 기술이 이마트의 지원을 받아 빛을 본 사례도 있다. 전남 여수에서 꼬막을 생산하는 국보수산은 1999년 꼬막 껍데기를 깨고 살만 발라내는 기계를 개발했다. 그러나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로 씨조개가 급감, 꼬막 생산량이 줄고 판로도 막히면서 이 기계를 활용할 길이 없어졌다.

이마트와 국보수산은 1년여간의 공동 연구 끝에 지난해 3월부터 껍데기를 깐 새꼬막살을 판매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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