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한라건설 유증 주주가치훼손 여부 검토

입력 2013-04-16 17:08  

국민연금-만도 경영진 면담..주가하락 우려 전해
지분 매각·법적 조치 취할 가능성..한라공조 인수 제휴도 차질있을 듯



이 기사는 04월16일(15:3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만도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 주주가치의 훼손 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이 만도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하면 지분 매각이나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만도와 한라공조 인수를 위해 체결한 제휴관계도 금이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만도 주식 176만주(지분율 9.7%)를 보유한 2대주주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저녁 만도 경영진의 방문 면담을 통해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만도의 주가하락 등과 관련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만도와의 면담이후 한라건설 지원이 중장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인지, 훼손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만도는 지난 12일 계열사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378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마이스터는 운영비로 약 400억원을 쓰고, 나머지 3385억원을 한라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결국 만도가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만도의 한라건설 자금 지원 계획이 알려지자 만도의 주가는 15일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만도는 탄탄한 재무구조로 기관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았다.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여타 기업들과 달리 한라건설과의 지급보증 등 재무적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만도가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지난해 한라건설 유상증자 2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이번에 3385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하자, 기관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만도 지분 1.7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하며 서울동부지법에 마이스터에 대해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역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같이 만도의 한라건설 지원에 부정적인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극동건설 인수와 계열사간 지원으로 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웅진그룹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한라건설에 대해 예외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만도가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타법인 출자'의 경우 이사회 의결사항일 뿐 주총 의결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주주로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한라건설 유상증자 납입일은 바로 이날 예정돼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결론내릴 경우 만도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9.7% 중 5% 정도는 직접 투자분이며 나머지는 위탁운용사 투자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추가 매수한 19만주(1.08%) 역시 위탁운용사가 매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만도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작업을 진행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라건설이 제 3자 배정 증자 결정이후 투자자를 미리 밝히지 않은 점 등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이 불투명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과 만도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해 8월 만도와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부속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라공조 주식 7.23%(지난해 말 기준)를 만도에게 매수 요청할 수 있게 됐고 만도는 우선 매수권을 보유함으로써 앞으로 만도가 한라공조를 인수할 경우 국민연금이 지원사격하겠다는 취지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만도가 한라건설을 지원할 경우 한라건설 뿐 아니라 만도 역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라공조 인수에 대한 꿈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국민연금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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