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공매도 세력 주타깃
자사주 매입·배당도 안먹혀…경영권 매각 공개로 주가는 상승
매출 부진 등 루머에 '초강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10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영권 매각 제의가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요즘엔 팔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셀트리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줄을 섰다”고도 전했다.
그로 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6일 서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셀트리온을 내려놓겠다”며 경영권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전날 밤 10시 매각 결심을 굳혔다. 셀트리온 주요 주주는 물론 가족과도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서 회장은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이제는 지쳤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쟁과의 마지막 승부수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 질렸다”는 게 서 회장이 밝힌 매각 결정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대장주로 지난 2년간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돼 왔다.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공식화하고 그동안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 주가 부양조치를 잇따라 내왔다. 이달에도 두 차례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전날 장마감 후에도 자사주 75만주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세력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겠다고 생각해 기업 운영자금에 써야 할 수천억원을 자사주 매입 등에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회사 노력만으로는 탐욕스런 투기 세력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비밀리에 진행하는 경영권 매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 주가는 자사주 매입 결정에도 이달 들어 12%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가 이날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며 5.06% 오른 4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 회장은 “회사 여유 현금이 5000억원 정도 된다”며 “회사가 어려워서 파는 게 아니라 회사 발전과 주주 이해를 위해 내리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분 매각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서 회장의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시장에서 흘러나왔던 분식회계설이나 매출부진 등의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지분매각이란 강수를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공매도 판치는데 정부는 수수방관”
서 회장은 공매도 감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금융위가 그동안 도를 넘은 공매도에 제한을 가하겠다고 몇 차례 밝혔지만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자본력이 있는 공매도 세력이 공격에 나서면 코스닥 기업은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공매도 비율이 35% 이상까지 도달한 날도 있어 수차례 금융 당국에 조치를 요청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며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제도 자체를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한국 풍토도 꼬집었다. 그는 “설립 초기에는 사업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사기꾼’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셀트리온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한국에서 조달한 자금은 한 푼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들은 성공한 사업가여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공하니까 오히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며 “주식을 모두 팔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연내 셀트리온을 매각하고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올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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