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값 급락, 원자재 슈퍼 사이클 끝나간다

입력 2013-04-16 17:55   수정 2013-04-17 00:00

금값이 폭락세다. 15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값이 8.6%나 하락한 것은 1980년 3월17일(11%) 이후 30여년 만에 하루 중 최대 낙폭이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금값 하락이다. 결국 2011년 1920달러에서 1300달러대로 떨어졌다.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위기가 진정되고 미국 경기도 회복세여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줄었다는 게 가장 보편적인 설명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쟁적 양적완화에도 불구,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심하지 않아 헤지용 금 수요가 줄어든 점도 이유로 부각됐다. 여기에 7%대로 떨어진 중국 성장률과 키프로스의 금 매각 소식 등이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금을 포함해 지난 10여년간 지속돼 온 원자재 가격의 소위 슈퍼 사이클이 이제는 끝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가 원자재 슈퍼 사이클의 조종이 울리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성장률이 둔화된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원유를 비롯 각종 원자재 수요가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금 이외 다른 원자재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밀 옥수수 가격 역시 큰폭으로 하락했다. 구리 가격도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 가격지수인 CRB지수는 엊그제 하루 동안 무려 6.59%나 폭락했다.

물론 양적완화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금값이 반등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종래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금값 급락을 보면 원자재 시장의 프레임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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