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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 최고의 게임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무엇이라 답할까? 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역시 '원숭이 섬의 비밀'을 빼놓을 수 없다. 원숭이 섬의 비밀은 그 인기를 타고 4편까지 출시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1편과 2편이다.</p> <p>■ '키란디아의 전설' 등 어드벤처 장르 살아있는 시절</p> <p>원숭이 섬의 비밀을 처음 접한 때는 이제 막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리는 대한민국 초등 교육기관)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듯 말 듯 할 때였다.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이 인기를 얻을 무렵 세상에는 아직 '어드벤처'라 불리는 게임 장르가 살아 있었다. 게임 잡지에 순위 발표에도 항상 상위권에 드는 게임들이 많이 있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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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1' 패키지 커버 이미지 |
그 당시는 지금보다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이 꽤 긴 편으로 원숭이 섬의 비밀이 아직 인기를 누릴 무렵 같은 장르의 게임으로는 시에라사(社)의 유명한 퀘스트 시리즈가 있었고, '키란디아의 전설'같은 게임도 있었다.</p> <p>비슷한 시기의 컴퓨터 세상은 XT에서 AT(286)로 넘어가는 세대 교체의 시기였다. 기존의 FDD에서 20~ 40MB 용량의 하드 디스크가 탑재되던 때였다. 애들립(Adlib) 카드라 불리는 하는 사운드 카드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PC 스피커로만 듣던 삑삑거리는 비프 음에 비하면 상당히 귀가 즐거워졌다.</p> <p>화면 역시 기존의 허큘리스나 CGA /
EGA 에서 VGA 카드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PC게임계의 변화가 일기 시작하던 때였던 것이다(전설의 SIMCGA 기억하시는가?).</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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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립 사운드 카드 |
물론 처음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을 할 때는 XT / 허쿨리스(흑백) 모니터에서 2D 디스켓 9장이라는 당시로서는 란마 1/2 다음으로 엄청난 용량을 자랑하는 게임이었다.</p> <p>9장을 갈아 끼우면서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한 장이 불량이 발생하면 디스켓을 복구할 때까지 게임 진행이 안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그 당시 유행하던 바이러스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쯤에도 한국에는 V3 백신이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V2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마 이 게임을 전후로 V2에서 V3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기억된다(1990 ~ 1991년쯤에 있었던 일).</p> <p>■ 죽음이 없는 게임...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연상</p> <p>필자의 경우에는 원숭이 섬의 비밀2 정품(당시 2만5000원이라는 굉장한 거금을 지불)을 구매했었다. 5번째 장이 인식불가 상태였다. 그 당시 국내는 '
SKC'와 '동서게임채널'이라는 곳에서 게임 배급을 했다. 원숭이 섬의 비밀은 동서게임채널에서 배급을 했었다. 불량이 발생한 게임박스를 들고 대리점을 찾아가 새로 복사를 해주는 방법으로 해결해주었다. 불법복제가 만연하던 시절에 불법복제처럼 복사해주는 서비스가 왠지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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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1' 게임 디스크 |
원숭이 섬의 비밀을 처음 했을 때 제일 신기했던 건 그 당시 거의 모든 게임들이 부시고 쏘고 때리고 도망가는 식의 게임들이 많았다. 그런데 너무 여유롭고 느긋한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주인공은 땀나게 뛰지 않아도 됐다. 중간에 실패하는 일이 있어도 그냥 다시 도전하면 됐다.</p> <p>한 마디로 이 게임에서는 죽음이라는 내용이 없다. 게임 중에 언덕 위 저택에 들어설 때 입구에 있는 개들을 잠재워야 하는 내용이 있다. 그 때 필요한 약재와 재료를 구해서 개들에게 던져주면 그걸 먹은 개들이 쓰러진다.</p> <p>보통은 별 생각 없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친절하게도 그 위에 '개들은 잠이 들었을 뿐'이다 라고 설명해준다. 여기서는 살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어디서나 아무런 행동에 제약이 없었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이러다 게임 끝나면(Game Over)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 따위는 원숭이 섬의 세상에서는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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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2' 침뱉기 대회 |
심지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도 보통의 게임은 그대로 게임오버 메시지가 뜨겠지만, 주인공 가이브러시는 다시 튕겨서 떨어진 자리로 올라온다. 이것은 생명존중 사상의 루카스아츠사(社)의 게임 컨셉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필자는 그 이후에 같은 회사에서 출시 한 '인디아나 존스3'편을 할 때 톱날에 갈려 최후의 모습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고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한 광경을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진짜 죽은 건가? 다시 살아나겠지? 했는데 역시 죽어 있었다).</p> <p>그 외에 다른 어드벤처 게임들 중에서도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만큼 생명 가치를 존중하고 '모험'이라는 주제로 어떤 일을 시도해도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가능한 게임은 거의 못 본 것 같다.</p> <p>이 게임을 영화로 비교한다면 영화 '구니스'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물론 구니스도 게임으로 출시됐다. 굳이 내용을 비교하자면 한참 뒤에 나온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게임 내용에 더 가까울 수 있겠다. 필자는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를 본 순간 바로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이 떠올랐다.</p> <p>■ 원숭이 섬의 비밀2, 또 한번 빠지다</p> <p>원숭이 섬의 비밀 2의 출시는 1편의 성공 이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날 경찰대 진학해서 멋진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필자의 같은 반 친구가 필자에게 게임 사러 가는 김에 '폴리스 퀘스트4'도 같이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게임 매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p> <p>하지만, 진열대 맨 앞에 보인 게임은 '원숭이 섬의 비밀2'...</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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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2' 스페셜 에디션 |
그 순간, 친구의 부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수중에 있었던 친구의 돈은 집에 도착하니 '원숭이 섬의 비밀2'로 바뀌어져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노발대발한 친구와 엄청나게 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그 친구는 나에게 원숭이 섬의 비밀 2를 선물로 건네 주고 나는 다음 달 용돈을 모아 '폴리스 퀘스트4'를 친구에게 선물 해주어야 했다. 그래서 또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게임이 된 원숭이 섬의 비밀 2편 역시 1편과 마찬가지 이유로 필자가 좋아하는 게임이 되었다.</p> <p>하지만, 그 뒤로 출시 된 3편과 4편은 원숭이 섬의 비밀의 디자인적 요소에서 크게 변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아직도 원숭이 섬의 비밀이라고 하면 1편과 2편을 꼽는 유저들이 많다.</p> <p>원숭이 섬의 비밀 3편 역시 특유의 아름다운 그래픽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기상천외한 상황적인 묘사와 번뜩이는 재치 같은 것들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주요 개발자들이 빠진 상황도 한몫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주요 개발자들이 빠졌는지 어쨌는지는 알 길 없다</p> <p>원숭이 섬의 비밀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면 바로 원형의 암호 표이다. 물론 필자는 정품이었지만, 당시 학교에 가면 이거 손으로 베껴 그리느라 고생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복사기는 지금처럼 널리 쓰이게 될 만큼 흔한 사무기기는 아니었고, 그래도 꽤나 번거로운 과정을 필요로 하는 존재였기에, 사람 손으로 일일이 저걸 다 그려냈다. 나중에는 텍스트만으로 조합된 암호 표도 떠돌았지만, 원숭이 섬의 비밀 2편은 더욱 더 친절하고 악랄하게도 보라색 배경으로 암호 표를 만들어서 복사기에서 복사가 잘 안되게 나왔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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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1' 베끼기 어렵게 만들어진 암호표 |
■ 푸세식 화장실의 공포 이겨내게 한 게임</p> <p>필자에게 원숭이 섬의 비밀 이라는 게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위와 같이 원숭이 섬의 비밀 게임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도 한몫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필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어둠과 관계가 깊다.</p> <p>아직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동네에 살았던 필자의 집은 밤이 되어 가장 곤욕스러운 것이 집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샤워기가 함께 있는 그런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아직도 시골 어딘가에는 남아있는 재래식 화장실이다. 변변한 가로등 하나 없이 온통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달을 바라보는 운치 따위야 그 나이에 알 수 있을 리 없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까지 참아야 하는 그 고통을 감내하기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p> <p>그렇게 공포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시절에 접하게 된 이 게임은 배경의 대부분이 밤이다. 물론 낮 배경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밤을 배경으로 활동하면서 진행된다. 이 게임을 보고 어린 시절이었지만, 필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밤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대단한 것이었다.</p> <p>이제 막 중학생이 되려는 시절에 아직까지 굳건한 자아 따위는 완성되어 있을 리 없고 질풍노도 시절의 방황이 시작되려는 사춘기는 조금은 더 기다려야 했던 시절에 그저 밤은 굉장히 무섭기만 하고 가능하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꺼려지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 점점 밤이라는 세계에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었고 밤에는 공포나 두려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모험이 존재한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캄캄한 밤에 화장실에 가야 될 일이 있을 때면 속으로 나는 원숭이 섬의 비밀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다. 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 뒤로 화장실에 갈 때의 두려움도 점점 없어져 갔고, 지금은 당연히 잘 가고 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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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섬의 비밀1' 이젠 밤이 무섭지 않다구~! |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그 때는 정말 절박했던 심정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게임의 영향으로 필자는 게임이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게임 개발자 인생을 걷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게임 업계에서 일할 수 있었던 시작이 바로 이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이다. 현재는 제주도에 은신하면서 취미 삼아 몰래 게임 개발을 즐기고 있다.</p> <p>[번외편] 필자의 잡소리</p> <p>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에서 인수한지 5개월여만에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등 주옥 같은 명작 게임들을 개발했던 루카스아츠 게임팀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자본이익 논리 앞에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유년시절 추억이 이제는 공허한 허상이 되어버린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으면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gamecus.ceo@gmail.com</p> <p>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p> <p>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p>
[게임톡 새연재] 30년 마니아 神의 한 수 '게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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