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두번째 큰 도시인 털사(Tulsa)도 다른 도시들처럼 재정난에 시달렸다. 한 해에 1000만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했다. 새로 취임한 듀이 바틀렛 시장은 쥐어짜내기식 예산 절감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경쟁’이었다. 공무원들끼리 예산절감 아이디어로 경쟁하게 했다. 효과가 나면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줬다. 이듬해에는 민간기업도 참여시켰다. 설비관리 입찰에서는 4개 기업과 공무원팀이 경쟁했다. 이 계약은 공무원팀이 따냈다. 시는 이 계약을 통해 비용 10만달러를 절감했고, 공무원 7명은 4000달러씩 인센티브를 챙겼다.
털사의 혁신을 널리 알린 것은 블룸버그재단이다. 재단은 최근 새로운 공모전을 열었다. 명칭은 ‘메이어스 챌린지(Mayors’ Challenge)’. 미국 도시들이 시정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준 것이다. 재단은 털사의 혁신 같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예시했다. 미국 전역의 300여개 도시가 참여했다.
'메이어스 챌린지'의 교훈
휴스턴시는 분리수거보다 재활용률이 더 높은 효율적인 한 개의 쓰레기통 프로젝트를, 샌타모니카시는 경제학자와 심리학자가 함께 참여해 만드는 새로운 웰빙지수 측정방식을 들고 나왔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트시는 저소득층 아동의 어휘능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1위를 차지했다. 1위는 500만달러, 2~5위는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 돈은 미완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라고 주는 돈이다.
요즘 국내에서는 ‘창조경제’가 화두(話頭)다. 털사와 메이어스 챌린지 얘기를 꺼낸 것은 창조경제의 조건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유로운 상상력, 적극적 참여, 이를 분출할 수 있는 공간, 인센티브 등이다. 이 공식을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입해 보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창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거 정부 초기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동북아 금융허브,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설립, 녹색혁명 등이었다. 실현 여부를 떠나 미래지향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초기 이런 역동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한 중견기업 오너는 “예전 정부가 출범할 때는 새 정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각종 모임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언로가 막혀 버렸다는 얘기다.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 어디갔나
지상과제가 돼버린 공약이행 과정에서 창의성을 얘기하는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기초연금 논란은 젊은이들와 노인들의 세대 간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파 놓았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국세청이 벌이는 전방위 세무조사는 거의 모든 사업장을 들쑤셔 놓고 있다.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영토전쟁을 벌이는 경쟁자로 만들고 있다.
공무원 사회는 더 심각하다. 바틀렛 시장이 거부했던 쥐어짜내기식 예산 절감에 몰두하고 있다. 공약 외에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이런 경직된 분위기 속에 있는 공무원들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있다.
권력 상층부의 기류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구도 공약 이외에는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한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은 창조경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우리는 점점 창조경제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김용준 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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