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전쟁서 이기려면 연기금 글로벌화 서둘러야"

입력 2013-04-17 17:27   수정 2013-04-18 03:59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18일 퇴임

연금이 경영 간섭 심하면 기업 경쟁력 훼손될 수 있어
재임기간 89조원 수익 거둬




400조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인 전광우 이사장(사진)이 18일 퇴임한다. 2009년 12월 취임 후 3년5개월여 만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재계 인사들이 그를 만나려고 줄을 서는 ‘슈퍼 갑(甲)’의 자리지만 수난도 적지 않았다. 취임 초기부터 노조의 반대에 시달렸고 투자건 때문에 시위대의 극성에 쫓겨 집을 나와 호텔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임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연평균 6% 안팎의 수익률로 89조원의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거뒀다. 전임 이사장 시절부터 불거진 노사갈등도 무난하게 해결했다. 전 이사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치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하고, 국민연금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문을 내놨다.

먼저 최근 불거진 대기업 이사 재선임 무더기 반대 논란에 대해 “지분 보유 기업이 늘어나면서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사례가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일 뿐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의 책임경영, 윤리경영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내 주식 채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해외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투자 확대에 앞서 유연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연기금 간에 국부(國富)를 건 투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유연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임기 중 가장 큰 보람으로 높아진 국민연금의 위상을 꼽았다. 국민연금은 최근 3~4년 사이 큰 폭 성장했다. 전체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고 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401조7000억원 규모로 일본공적연금(GPIF),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에 이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이 커졌지만 전 이사장은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손님을 대상으로 음식을 대충 내놓던 식당도 음식 맛을 아는 전문 미식가가 오면 재료나 음식 맛에 정성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국민연금이 전 세계 투자 전문가들에게 돈을 위탁하지만 그들 못지않은 지식과 전문성을 갖춰야 ‘봉’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퇴임 후 유일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내와 놀러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에는 강릉 커피 거리에 다녀왔고 조만간 제주 올레길을 걸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경봉/고은이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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