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많은 사람들이 발레단의 수준은 주역 무용수의 실력에 의해 평가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발레단의 수준은 주역 무용수들의 수준이 아닌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무용수들의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코르 드 발레는 솔로를 추지 않는 무용수들을 가리키는 집단적인 명칭으로 군무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나는 외국에 나갈 때마다 많은 예술 관계자들에게 “당신의 발레단은 몇 명의 무용수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만큼 군무 무용수들의 수준이 발레단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국립발레단은 ‘라 바야데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공연은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대작으로 무용수만 120여명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막 망령들의 왕국 장면에서는 32명의 무용수가 출연해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32명의 무용수가 손끝, 발끝, 머리, 다리 라인 하나까지 마치 1명의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처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이처럼 32명의 무용수가 하나가 되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 때문이다. 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은 교감하고 소통한다. 지휘자와 무용수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모든 연주자들이 교감하면서 소통해야만 훌륭한 무대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 교감이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되고 비로소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공연이 끝나자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무용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레단에 입단한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최고의 무용수라고 생각하던 무용수들은 코르 드 발레 무용수가 되면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단연 코르 드 발레 무용수들이다.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주의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고, 휴대폰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발레 공연장은 120명의 무용수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자 더 나아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관객들 모두가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최고만 인정받는 풍토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발레 공연을 통해서 함께 협업하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taejichoi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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