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 기자 / 사진 김태균 기자] 요즘 '핫'하다는 케이블 채널 tvN '푸른거탑'(극본 김기호, 연출 민진기)에서 신병 이용주(30)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사실 그간 각종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던 이용주는 톡톡 튀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확 치고나가지 못했다. 그런 그가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푸른거탑'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용주는 "'프란체스카'를 통해 철없이 데뷔했다"라고 운을 뗐다. 어린시절 그저 TV에 얼굴을 비추고 싶어했던 이용주는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에르메스, 보스, 구찌 등 다양한 패션쇼를 경험한 이용주는 주지훈 이민기 이천희 등과 함께 차승원 김민준 강동원의 등을 바라보다 어느새 연기에 빠져버렸다.
"연기가 마약같아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요? 처음엔 그냥저냥 연기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푸른거탑'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죠. 제가 이제 연기한지 7~8년차인데 '푸른거탑'에서는 끝에서 두번째거든요. 최종훈 형이 막내죠."(웃음)
"연기에는 타고난 재능이 약간은 필요한 것 같다"는 이용주는 "연기 하나는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일은 쉬지 않고 해왔다. 작은 역도 많이 해봤고 '막영애'를 2년간 했더니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라며 "사실 저는 객관적으로 운이 좋았다. 저보다 연기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작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이용주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흔한 욕망인 '스타'가 되고 싶거나 '인지도'를 바라는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저 제가 하는 작품은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들께서 생각도 할 수 있고 뭔가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코미디든 뭐든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 뿐이죠."
◆ 이 남자, 예능 나오면 신동엽의 '섹드립'이 위험하다
인터뷰를 하다 어쩌다 '섹드립'(야한 농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는 "배경이 군대고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거의 다 남자다 보니 야한 농담이 나오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용주는 "유격 에피소드 당시 남자들끼리 누워 있는데 제가 XXX XXX XX XX X"이라고 기사로 표현 못할 섹드립을 쳐 폭소를 자아냈다.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푸른거탑'의 매력이 아닐까?
그래도 출연자들은 여성 게스트가 나오면 그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이용주는 "'푸른거탑'에 여성 출연자가 나오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자, 스태프들까지 환장한다. 진짜로 환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결혼하신 유부남들이 더 한다"라며 "오히려 결혼안 한 제는 말도 못하게 한다. 그런데 바라만 봐도 좋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용주는 "진짜 모든 출연진들과 스태프들 모두 남자들만 있고 군대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등장하자 진짜 눈물이 나왔다. 그때는 감독님도 별다른 연기 지시를 하지 않으셨다. 다들 진심어린 연기에 들어갔다"라며 "나인뮤지스가 스케줄 때문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루종일 촬영하라고 해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들 여성 게스트분들이 오시면 편하게 연기하시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 고지식한 성격에 토씨 하나 안 틀렸지만 이제는 애드리브로 엔딩까지 바꿔
"저는 사실 성격이 고지식한 편이라 대본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우는 편이죠. 그런데 김재우 형이나 다른 고참들이 정말 편하게 애드리브를 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바뀌었죠."
'근무의 유혹' 때였단다. '근무의 유혹' 에피소드는 이용주가 싸이코 상병 김호창과 함께 야간 보초를 서다 재밌는 얘기를 위해 없는 얘기를 지어내 폭소를 유발했던 방송이다. 당시 이용주는 김호창에게 좋아했던 과 선배에 대한 얘기를 하다 '대기업 사장의 딸'을 갖다 붙였고, 이어 '아내의 유혹'의 막장 코드에 자신의 절친이 그 선배를 뺏았지만 결국은 둘이 남매였다는 식의 폭풍 막장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던 중 막장 얘기의 주인공인 여자 선배와 절친 동기가 면회를 왔다. 사실이 밝혀지면 중대 모든 선임들에게 갈굼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 "사실은 마지막 장면은 제가 만든 겁니다. 그날 최종훈 김재우 김호창 세 선임이 저를 지켜보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뭐라도 좋으니까 저한테 하나만 던져주세요. 그럼 제가 마무리를 할께요'라고 했죠. 사실 마무리는 제가 그냥 막사로 끌려가는 것이었는데 제가 그 선배와 동기한테 '더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마'라고 소리치고 선임들한테 끌려가다 입모양만으로 '미안해'라고 벙긋벙긋 거렸어요. 그런데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그 장면을 살려주셨죠. 엔딩이 바뀐 거죠."
이용주는 "작가님도 저희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좋아하신다. 그리고 저희가 애드리브를 치다가도 정도를 넘어서면 감독님께서 커트를 하시기 때문에 편안하게 애드리브를 치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 김재우 장면의 반은 애드리브, 작가도 깜빡하는 것?
'푸른거탑'에서 김재우 에피소드는 딱 두번 밖에 없었다. 김재우는 '푸른거탑'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지만 시청자들에게 김재우의 존재감은 매회 강렬한 편이다. 이에 대해 이용주는 "화면에 보이는 김재우 장면의 반이 애드리브라고 보면 된다"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사실 하도 화면에 많이 보이니까 작가님도 깜빡하고 대사를 안 주시는 것 같다. 정말 대본을 받아보면 대사가 없는데 방송에는 그렇게 잘 나온다"라면서 "김재우는 아이디어 뱅크다. 말년병장 최종훈이나 싸이코 상병 김호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숨은 보석은 김재우"라고 극찬했다. 이어 "출연진 단합을 주도하거나 많은 아이디어 등 소스를 던져는게 김재우"라고 했다.
이용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휴가' 에피소드 때 레스토랑에서 김재우의 '먹자'라는 대사 자체가 애드리브였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슬픈 휴가' 에피소드 때 감독님께 진짜 많이 혼났어요. 웃음을 참으려고 허벅지도 꼬집어봤는데 도저히 못참겠더라고요. NG가 하도 많이 나서 정말 힘들었죠. 호창이는 길거리 장면에서 빵 터지는 바람에 쓰러지기까지 했어요."(웃음)
정극연기 경험이 있는 이용주는 개그맨 출신 선배들의 연기에 대해 "10년간의 개그연기는 정말 무시 못한다"라며 "아직도 개그맨분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코믹한 배역만 주는게 많이 아쉽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끝으로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요즘 부족하지만 '푸른거탑'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진정성만큼은 알아주시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이용주는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은 역할이던 큰 역할이던 연기만 계속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감독이나 관객, 시청자들께서 찾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중견 연기자 선배님들처럼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4년 영화 '도마 안중근' 단역으로 연기 데뷔한 이용주는 이에 앞서 모델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드라마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궁' '막돼먹은 영애씨'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고, 영화 'B형 남자친구' '다세포 소녀' '직장 연애사'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채워왔다.
지난해부터 '푸른거탑'에서 갓 입대해 어리바리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이등병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큰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에는 모 FPS게임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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