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헬스케어·스마트 스토어…ICT 융합사업 키워 해외공략"

입력 2013-04-18 15:29  

Cover Story - SK텔레콤

인터뷰

융합사업, 통신보다 해외진출 쉬워…미래지향적 '창조경제' 기여
국내 통신시장 포화상태…'킬러 서비스'로 점유율 지킬 것
기존 틀 깨고 새로운 가치 창출할 '바이킹형' 인재 선호



“헬스케어, 기업 간 거래(B2B)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 간 융합 신사업을 키워 해외 진출을 추진할 겁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56·사진)은 앞으로 매출 성장을 어디서 이끌어낼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 사장은 최근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통신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을 그만하고, 상품·서비스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통신사 가입자를 빼앗기보다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바꾼 것이다. 매달 가입자들이 내는 통신요금이 주 수익원인 통신사가 가입자를 늘리지 않으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하 사장은 이 문제의 해법을 ICT를 적용한 다양한 융합 사업에서 찾았다. 융합 사업은 각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해외 진출이 어려운 기존 통신사업보다 해외 진출이 쉽다는 이점이 있다.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 하 사장은 “SK텔레콤은 수년 전부터 융합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은 배경은.

“지난해부터 국내 통신사 간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확대 경쟁이 벌어졌다.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자 기존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SK텔레콤 가입자끼리 음성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는 ‘T끼리’ 요금제를 내놨다. 새로운 요금제 때문에 단기적으론 SK텔레콤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입자의 충성도와 신뢰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는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보조금 경쟁을 그만하겠다고 했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전략은.

“킬러 서비스로 점유율을 지킬 것이다. T끼리 요금제를 비롯해 남은 데이터 제공량을 가족, 친지, 친구끼리 나눠 쓸 수 있는 ‘데이터 선물하기’, 데이터 사용 단말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를 하나 더 쓸 때 내는 추가 요금(월 9000원)을 없앤 ‘데이터 함께 쓰기’ 등이 대표적인 킬러 서비스다. T끼리 요금제는 약 10일 만에 60만명 이상이 가입했다. 종전에는 기존 가입자가 요금제를 바꾸는 사례가 적었다. 그러나 최근 T끼리 요금제 덕분에 큰 폭으로 늘었다. T끼리 요금제로 바꾸는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종전보다 월정액이 낮은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T끼리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가입자 수가 종전에 비해 10% 감소했다. 가입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요금제를 자주 바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고 멤버십, 전용 단말기 등 혜택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 지키기만 한다면 앞으로 중·장기 매출 성장은 어디서 이끌어낼 생각인가.

“헬스케어, B2B, 인터넷TV(IPTV) 등 다른 산업 간 융합 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B2B 사업으로 스마트스토어, 스마트워크, 스마트클라우드 등 5대 솔루션 사업을 선정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샵’으로 알려진 스마트스토어는 자영업자들의 고객과 실적 관리, 마케팅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서울 중곡제일시장, 코코호도, 골프존 등에 공급했다. 지난해 B2B 매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고 있는 유무선 IPTV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와 콘텐츠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과 SK플래닛이 보유한 플랫폼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계속 발굴해나갈 것이다.”

▶통신업계가 국내 시장에만 갇혀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시장 진출 전략은.

“신사업의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혈액 한 방울로 질병 진단이 가능한 의료 진단기기 등을 개발해 중국과 미국에 수출을 추진 중이다.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온’과 교육용 로봇, B2B 솔루션 등도 해외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기존 통신사업은 망 구축과 운영 노하우 등을 여러 지역에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생각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선택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창조경제가 화두다. SK텔레콤은 창조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나.

“창조경제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부가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안전행정부에서 연간 1억건의 공공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텔레콤은 수년 전부터 융합 사업을 준비해왔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나가겠다.”

▶SK텔레콤의 강점과 약점은.

“SK텔레콤의 강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최대 무선망과 전체 국민의 50%에 이르는 가입자, 탄탄한 협력회사들도 SK텔레콤의 자산이다. 이를 토대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ICT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해왔다. 단점은 대기업이어서 변화가 느리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ICT 환경이 급변했고, 앞으로도 더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년간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변화의 속도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본다. 앞으로 SK텔레콤이 힘차게 혁신을 주도해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의 기반은 인재다. SK텔레콤의 인재전략은.

“SK텔레콤이 찾고 만들어가는 인재상은 ‘실력과 도전 정신을 갖추고 혁신을 추구하는 인재’다. 자기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은 기본이다. 이를 기반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혁신이다. 채용 과정에서 목표에 대한 열망과 승부근성을 갖춘 ‘바이킹형’ 인재를 선호하는 것은 이런 인재관을 반영한 것이다. 실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뽑아도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는 경직된 문화 토양에서는 인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인재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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