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 답습한 미래부 업무보고

입력 2013-04-18 17:00   수정 2013-04-18 21:49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드디어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여·야 갈등,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사퇴 파동 등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미래부여서 이번 업무보고에 대한 관심이 특히 컸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육성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미래부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당장 업무보고에 가득찬 수치 목표들부터가 과거 정부가 해 오던 방식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그 근거도 불분명하다. 단적인 사례가 일자리 창출이다. 미래부는 2017년까지 창조경제 분야에서 40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했지만 관변 연구소들이 그렇게 전망했다고 하는 게 근거의 전부다. SW생산(매출액)을 2012년 31조2000억원에서 2017년 100조원으로 늘리고, 직무발명제도 도입기업 비율을 2012년 43.8%에서 2017년 70%로 올린다는 것에도 기업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수치목표들은 여기서 일일이 적시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더구나 관 주도 일색이다. 미래부는 국가 R&D와 ICT 역량을 총동원해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생태계가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지원에 의존한 창업기업들은 당연히 생존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좀비 기업들만 들어차는 좀비 생태계로 전락할 뿐이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키우겠다는 SW나 콘텐츠, 10대 융합 신산업 프로젝트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과 대대적인 규제 개혁이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철학이 부재하니 미래부 업무보고가 온갖 사업을 다 끌어모은 잡탕이 된 것도 당연하다. 미래부는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과 ICT를 구현한다며 우체국 금융까지 끌어내 벤처기업 투자자금을 조성하겠다지만 정작 국민이 납득할 대안은 없다. 이런 일을 하자고 미래부를 만든 것이라면 실망이다. 미래부가 길을 헤매면 창조경제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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