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준·조셉 H.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368쪽 / 1만6000원
통계학에는 ‘대수의 법칙’이란 이론이 있다. 가령 주사위를 여섯 번 던졌을 때 1부터 6까지 숫자가 한 번씩 나오는 것은 아니다. 1만 줄곧 나올 수도, 서너 종류의 숫자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던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각각의 숫자가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라는 이론적 확률과 가까워진다는 것이 대수의 법칙이다.
주사위의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은 독립적이다. 앞서 던진 주사위에 1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던진 주사위 숫자가 1일 확률이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처음 다섯 번 연속으로 6이 나왔다면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다음에도 6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비웃으며 ‘소수의 법칙’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같은 심리는 금융시장에서도 적용된다. 《소수의 법칙》은 사람들이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풀어놓은 책이다.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들은 메릴린치 뉴욕 본사에서 파생상품 리스크 분석 및 가치평가를 담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기는 소수가 되는 길’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세상이 움직이는 패턴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패턴을 따라가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통제하면 미래 역시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든’ 데이터를 알아낼 수 있다면 패턴을 찾을 수 있지만 변수로 작용하는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자들은 유일하게 정확한 미래 예측은 ‘모른다’는 것뿐이라고 단언한다. 대신 투자할 때 불확실한 미래를 최대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보험을 통해 최악의 리스크를 막아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 위험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최소한의 안전과 생활을 지켜주는 수준이면 족하다. 순수 보장형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등에만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설명이다.
보험으로 최악의 리스크를 막았다면 투자를 감행할 차례다. 저축을 통해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예금은 투자를 위한 예비단계로 인식되고 있지만 저자들은 예금부터 투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원금 보장 여부, 이자율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와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저축일지라도 예금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최종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전략이다. 시장을 관찰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계량화해 진입·청산 조건을 만들고,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전략의 실전 적용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매매일지에는 그날 그날의 감정 상태까지 기록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전략 자체를 포기하는 기준도 생각해야 한다.
투자에 앞선 원칙으로 인생을 고려하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물질적 풍요를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방법과 상관없이 투자하면 대개는 돈 버는 일로 간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돈에 앞서 가장 먼저 챙겨보아야 할 것이 인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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