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더 풀어…중산층 살리기 최우선
“한국을 일으켜 세웠던 ‘한강의 기적’이 정지돼 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17일(현지시간) ‘멈춰버린 기적(Stalled Miracle)’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발행하며, 워싱턴 외교가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북한의 위협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국 국민이 결코 단순한 엄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며 “바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한국의 경제 성공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포린폴리시는 이런 문제점의 핵심 원인으로 한국 중산층의 위기를 꼽았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과거 19%에 달했던 한국의 저축률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4%로 급락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인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여성들이 육아 문제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해졌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소비 지출의 중심이자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중산층을 되살려야 한국의 경제성장 능력도 부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규제를 더 많이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린폴리시는 “중산층의 집값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주택 시장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산업구조 개편에는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헬스케어와 관광업, 금융서비스 산업 부문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에선 ‘재벌(Chaebol)’들이 특정 협력업체들과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하면서 진입장벽이 두터워졌고, 그로 인해 타업체의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 내 경영자들이 지금보다 더욱 쉽게 자본을 충당하고, 한국 정부와 의회가 파산법 개정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국내 산업계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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