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복제약을 생산하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회사를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을 파는 이유가 공매도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주가를 방어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시세 차익을 노린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계속돼 연구·개발에 쓸 자금을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회사 주식의 하루 전체 거래량의 20%에서 공매도가 일어났는데도 관계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며 공매도를 방어할 기관투자가가 많지 않은 코스닥에서는 공매도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일견 수긍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서 회장이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구실을 대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실상은 대부분 계열사에 판매한 매출로 셀트리온헬스케어라는 계열사는 막대한 재고를 안고 지난해 2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매도에 대한 찬반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공매도를 허용하자는 측은 공매도가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 효율성을 유지시켜 준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을 막아주고 합리적인 가격에서 거래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규제하자는 이야기는 주가가 오르는 것은 선이고 내리는 것은 악이라는 편향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금융산업이 번창한 영국의 금융정보청(FSA)도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인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FSA 관계자는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공매도가 표적이 되지만 공매도가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FSA는 공매도는 오히려 신호등 역할을 하며 엔론이나 타이코 등 기업에 의한 대규모 회계부정이 드러나기 전 이들 기업에 공매도가 몰렸던 사례를 들기도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시황이 안 좋아지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행여 불법이 행해졌다면 불공정 조사를 통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제재하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지만 대부분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도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논거 중 하나다. 헤지펀드 운영자들도 대부분 찬성한다. 이들은 공매도를 제한하면 일시적 가격 하락은 막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주가에 거품을 끼게 만들어 이후 하락 폭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
공매도를 반대하는 측은 공매도가 특정 주식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소문과 풍문을 활용, 기업이 경영에만 몰두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회사를 둘러싼 풍문들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곳에 기업이 에너지를 낭비하게끔 한는 것이다. 공매도 반대론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일제히 공매도를 금지한 것도 바로 이의 무분별한 남용이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이 공매도를 규제했던 것은 그만큼 공매도의 해악에 대한 인식이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투기세력들이 특정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만큼 규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야 하는 등 대규모 자금이 있어야만 가능해 개인은 사실상 할 수가 없고 외국인투자자 등 일부 큰 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큰손들이 시장을 흔드는 데 이용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금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주에 대한 집중적 공매도가 이뤄지면 자칫 금융산업 전체에 큰 충격이 생기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주가가 오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웃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공매도가 수시로 집중포화 대상이 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공매도 금지 주장에는 논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매도 후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성루머를 퍼뜨린다지만 주식시장에는 호재성 루머를 퍼뜨려 주식매수를 유도한 뒤 정작 루머 유포자들은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 주식을 판다는 측면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하는 것과, 현재 갖고 있지는 않지만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와는 본질적으로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갖고 있는 특정 주식을 파는 것과 빌린 주식을 파는 것은 사실상 같은 행위다. 그런데도 유독 공매도만이 마치 주가 하락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공매도가 정말 그렇게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면 공매도뿐 아니라 모든 주식의 매도를 금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는 말이 안된다. 뿐만 아니라 주가를 하락시킨다는 측면에서는 특정 주식의 공매도보다는 주가지수 선물이나 프로그램 매도가 그 영향력이 훨씬 크다. 이들 거래는 모두 허용하고 오직 공매도만을 금지하는 것은 그래서 모순적인 측면이 많다.
물론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은 엄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 불공정거래 단속차원이지 공매도 자체에 대한 규제와는 전혀 별개 문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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