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재무 리스크…업계 전반 의구심 '불똥'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주가 폭락 사태가 바이오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16일 “공매도 세력에 지쳐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바이오업계 전반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 업체인 알앤엘바이오가 지난 17일 상장폐지되는 사건까지 겹치면서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셀트리온 주가는 19일 하한가로 폭락, 3만1350원(시가총액 3조1463억원)에 마감했다. 서 회장의 지분 매각 선언 이후 3일 만에 시가총액이 1조8000억원 증발했다. 메디포스트(-6.25%) 차바이오앤(-5.18%) 제일바이오(-8.95%) 팜스웰바이오(-7.58%) 젬백스(-5.70%) 코오롱생명과학(-5.14%) 등 바이오 관련주도 무더기 약세였다.
셀트리온은 국내 최대인 14만ℓ 규모의 최첨단 공장을 인천 송도에 세우는 데 5000여억원을 투입했다. 서 회장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으나 국내에서 조달한 돈은 없다”고 밝힌 대로 셀트리온은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JP모건사모펀드, 테마섹, 오릭스 등이 셀트리온에 1조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매도 논란과 서 회장의 지분 매각 선언으로 ‘해외 자금 유치를 통한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이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옵션’ 조건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서 회장이 주가 방어를 위해 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으로부터 빌린 약 500억원의 주식을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바이오시밀러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셀트리온 말고도 삼성, 한화, 동아제약 등 국내 유력 대기업과 제약사들이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바이오시밀러 산업(단백질의약품 복제약)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리툭산’(림프종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건설 중이고, 동아제약도 일본 메이지제약과 손잡고 송도에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기술력에 한계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특허가 끝나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격인 바이오시밀러를 신수종산업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향후 2년 동안 특허가 끝나는 대형 바이오의약품이 21개에 달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성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 특허 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을 본떠 만든 의약품이다. 화학식만 알면 쉽게 만들 수 있는 화학의약품 복제약(제네릭)과는 달리 살아있는 단백질 세포 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복잡하다.
김형호/조진형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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