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따라만 가선…창조경제는 불가능
창의성 있는 인재 되려면 광범위한 지식 갖춰야
SW 아이디어 좋은 한국인…세계시장 보고 제품 개발을
“다양한 질문에 모두 답할 정도로 빌(빌 게이츠)이 다방면으로 많이 알고 있어 신기했다.”(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4학년 전하영)
“젊음은 창의성의 가장 좋은 요인이다. 광범위한 지식을 쌓아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돼라.”(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서울대 학생들이 21일 빌 게이츠를 만나기 위해 관악캠퍼스 근대법학교육 100주년기념관으로 몰려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게이츠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한 시간가량 학생 및 교직원 300명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우일 서울대 공학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간담회 내내 빌 게이츠를 ‘빌’이라고 부르며 편안한 분위기로 대했다.
게이츠는 “이번에는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찾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때는 IT(정보기술) 시장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자 한국에 왔지만 이번에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왔다”며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원자력 기술 조언도 얻고 박근혜 대통령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간담회 내내 원자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원자력 옹호론자였던 게이츠는 “원자력이 완벽한 에너지는 아니다”며 기존 입장과 다소 변화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바람이나 태양열처럼 원자력도 입지 선정 및 안전에 대한 문제는 있다”며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은 에너지지만 현재 기후변화를 해결할 완벽한 분야는 아니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슬란드에서는 땅속 열을 이용하는 지열발전을 사용하는데 이처럼 보다 더 친환경적인 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선진국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제약 없이 성장해놓고 개발도상국에 지금 온실가스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일침을 놨다.
강연 이후 학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묻자 그는 “그동안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모델을 많이 따라갔지만 창조경제는 누군가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이제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기술도 많은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서도 훈수를 뒀다. 그는 “한국인에게 다양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고객을 설정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시장을 관통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는 “창의성은 광범위한 지식에서 나온다”며 “젊음은 창의성의 가장 좋은 요인이며, 다양한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돼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게이츠와의 대화가 “생각보다 편안하고 즐거웠다”고 평가했다. 정치외교학부 3학년 이원준 씨는 “직접 만난 빌 게이츠는 권위의식이 없고 편안했다”며 “가슴에 남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농경제사회학부 4학년 전하영 씨는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모두 답할 정도로 다방면으로 많이 알고 있어 신기했다”며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조언보다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내용이 많았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태호/김보영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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