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가 조작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배경으로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했다. 아마도 상당수 중산층이 주식투자로 돈을 날리는 게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세력 탓이라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증시가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이 된 이면에는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주가조작은 아주 작고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 증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심한 시장이 돼 버렸다. 외환위기 후 무분별한 시장개방으로 거대 투기자본이 수시로 드나들며 시장을 주무를 수 있게 제도를 바꾼 탓이다. 특히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며 재벌 오너와 대기업의 경영권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증시 환경이 바뀌면서 국내 증시는 소버린, 타이거펀드 같은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버렸다. 그 결과 증시는 중산층 재산증식의 장이 아니라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투기장으로 변질됐다. 기업들 역시 증시에서 안정적 산업자금을 조달하기는커녕 경영권과 주가방어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는 간과한 채 오직 주가로 장난치는 몇몇 작전세력 소탕에만 매달리고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니, 그야말로 헛다리를 짚은 것이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증권 시장은 건실한 기업가와 중산층이 잘 어울려 기업성장을 뒷받침하고 그 결과 과실도 골고루 나누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시장이 이런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찾는 일이다. 피라미 몇 마리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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