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책을 받아든 시민들의 표정이 묘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세계 책의 날’(23일)을 하루 앞두고 광화문 일대에서 책과 장미를 나눠주자 모두들 겸연쩍어한다. 평소 책과 담쌓고 지낸 걸 들키기라도 한 것 같다.
오늘 오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드림 데이’를 열고, 서울시교육청은 한국출판인회의와 함께 ‘책 읽는 서울교육’ 선언문을 발표한다고 한다. 서점조합연합회는 전국에서 ‘책 드림 날-선물하기 좋은 책 50선’ 특판 행사까지 펼친다. 반가운 일이다.
‘책의 날’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1995년 제정했다. 이날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과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이자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서거일. 카탈루냐에서만 하루에 책 40만권, 장미 400만송이가 팔린다는데, 이상하게도 책은 10% 싸고 장미꽃은 그만큼 비싸다고 한다.
장미 수요가 급증하니까 꽃값이 오르는 것일 테지만, 책값이 떨어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 특별한 날에도 책을 잘 사지 않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나라 어른 100명 중 33.2명이 1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독서율 66.8%(2011년)가 이를 말해준다. 서적 구입비도 8년 전보다 22%나 줄었다.
가뜩이나 책을 사지 않는데 동네 도서관마저 드무니 큰일이다. 2011년 말 국내 공공도서관은 786개로 독일(8131개) 영국(4517) 프랑스(4319개)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9225개로 우리보다 12배나 많다. 도서관당 인구도 유럽은 1만명인데 우리는 6만명 이상이다. 이러니 1인당 장서 수(1.43권)가 미국(2.64) 일본(3.13권)에 한참 뒤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의회도서관은 3200만권의 도서와 1억3800만여점의 자료를 갖고 있다. 우리 국회도서관의 소장도서는 348만여권에 불과하다. 그나마 130여만권은 석·박사 학위논문이다. 2500년 전에 생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한때 40만권 이상을 보유했다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려면 공공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공공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정보의 곳간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콘텐츠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나를 키운 건 동네도서관”이라고 했다. 도서관을 확충하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일자리도 생길 터다. 중형 도서관 하나에 40여명이 필요하니 1000개만 늘려도 4만명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마침 도서구입비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니 더욱 기대가 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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