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세금이 샌다

입력 2013-04-22 17:30   수정 2013-04-23 04:00

올해 49조 편성 6년새 65% 늘었지만 사후관리 허술

성균관장·자유총연맹 간부 횡령 사고 잇따라
감사원, 지난해 235건 적발…1999년 이후 최다




#1. 지난 10일 최근덕 성균관장이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최 관장은 2009년 7월부터 3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운영 명목으로 성균관에 매년 지원한 8억원의 일부를 빼돌리도록 총무부장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 지난 8일 한국자유총연맹 간부 3명도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0년 ‘글로벌리더연합 전국포럼’ 행사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비용 7000여만원을 또 다른 국고보조 사업 예산에서 충당해 2년 동안 1억700여만원을 전용했다. 또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을 위해 수첩 2만부를 만든다고 보고한 뒤 정작 50부만 만들고 남은 돈 3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국고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10조원 이상의 세입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혈세로 충당하는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22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보조금 불법 운용으로 적발된 건수는 총 235건으로 1999년(327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사원은 매년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 단체 등 국고보조금을 받는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횡령, 유용, 남은 금액 미반납 등의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2005년 32건까지 감소한 적발 건수는 2006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200건을 넘겼다. 올해 들어서도 성균관장, 한국자유총연맹 외에도 대구공업대 총장 22억원, 제주도의 감귤 부산물 건조시설 업체 40억여원 등 보조금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보조금 집행률(기금 제외)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보조금 집행률은 2009년 99.6%에서 2011년 92.9%로 감소했다. 2011년의 경우 미리 받아놓고도 쓰지 않은 보조금이 2조7930억원에 달했다. 애초 예산을 제대로 짜지 못했다는 얘기다. 안전행정부의 도농복합형 녹색마을 조성 사업(23억원)과 화물차 휴게소 건설 지원 사업(25억원), 중소기업청의 신기술 창업 인프라 구축 사업(15억원), 환경부의 자연자원 보전 및 이용 체계 구축 사업(15억원) 등의 보조금은 전액 집행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일단 예산을 따놓고 보자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보조금을 빼돌리는 경우의 상당수도 보조금이 남을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이 다른 곳에 쓰이는 경우도 수두록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1년 서울시는 e스포츠 구축사업 보조금 50억원을 정보기술(IT) 관련 복합건물인 IT콤플렉스(IT-Complex) 공사비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행부가 관리하는 지역발전협의회도 세미나 개최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5억원 일부를 기초생활권자를 위한 책자 발간에 쓰다가 적발됐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생산품인증제 사업 5억원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지원사업 7억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공인검사기관 활성화 사업 6억원 등도 원래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고보조금의 불법 운용은 정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한 번 적발되면 모든 보조금을 끊을 정도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 선심성 예산 편성이 늘어나면서 국고보조금은 2007년 31조9000억원에서 올해 49조2000억원으로 6년 새 64.8%나 급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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