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으로 골머리 앓는 항공업계-최근엔 블랙컨슈머도 기승

입력 2013-04-22 21:58  

“라면이 덜 익었다”며 항공사 여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결국 22일 보직해임됐다. 섣부른 기내 언행이 가져온 결과다. 여행 전문가들은 “해외 여행이 일반화되면서 기내에서 소란을 빚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며 “운항 중인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들을 폭행하면 모든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7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술에 취해 국내선 항공기에 탄 뒤 승무원에게 등받이를 세워달라며 폭언과 고함을 지르는 등 난동을 피워 고발조치되고 재판까지 받았다.

이달 중순 국적선 항공사에 탑승한 50대 남자 승객은 탑승권을 확인하고 손으로 해당 좌석을 가리키며 안내하는 승무원에게 갑자기 “어디서 손가락질이냐”고 고함을 치며 폭언과 함께 승무원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 승객은 승무원이 손가락으로 본인을 찔렀다며 난동을 부렸고 항공사측이 탑승을 거부하자 탑승거부에 대한 정신적, 금전적, 시간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항공사들이 꼽는 기내 난동사례는 ▲의도적인 업무방해 ▲부당한 보상요구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항공안전 위협 ▲말도 안되는 요구 및 폭언·폭행 상해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블랙 컨슈머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시카고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회사원 Y씨. 디저트로 제공된 멜론을 혀로 핥더니 “상한데다 세균도 있네” “복통이 있으니 약 가져와” “식약청에 분석을 의뢰할테니 보관용 얼음도 가져와” “와인잔에 커피 따라와”라며 고성을 지르면서 난동을 부리다가 공항 도착후 경찰이 오자 재빨리 멜론을 갖고 귀가했다.

지난해 10월 방콕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대학생 K씨는 막무가내로 응석을 부렸다. “무서우니까 좀 안아줘요.” 그는 승무원이 거절하자 “승무원이라면 개인적인 얘기도 들어줘야지요. 전화번호 알려줘요. 저녁에 만나게”라며 치근덕거렸다.

승무원들은 “기내 난동이 생기더라도 웃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승무원이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 난동을 부린 승객이 더 기세등등하게 날뛰고, 그 결과 다른 승객들에게 더 큰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상식에 맞지 않게 도가 넘는 행동과 악성 민원을 넣는 블랙 컨슈머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초 제주에서 골프를 치고 비행기로 김포에 도착한 한 주부 승객은 항공사측에 연락해 운송 도중 골프채가 부러졌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확인결과 이 승객의 골프채는 골프 도중 부러진 것이었다.

한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기내 난동의 가장 큰 원인은 음주이며 흡연 시도나 성적충동에 의한 돌발행동도 한 원인”이라며 “작년 한해 추행, 폭행, 음주 폭언 등 심한 난동을 부린 5명을 경찰에 인계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는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기내 난동자와 블랙컨슈머들이 늘고 있지만 법적대처가 미비하다”며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기내 난동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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