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업체 스쿨룩스, 청소년 체형 분석까지… '소비자 니즈' 반영
"교복 디자인이 다 비슷하다고요. 천만에요. 학생들은 허리 사이즈 1mm, 주름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디자인은 정해져 있어도 스타일이 다 달라요. 교복에도 유행이 있어요. 교복 트렌드는 경기도 안양 지역이 앞서갑니다.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안양예고가 있어서죠."
교복업체 '스쿨룩스' 오윤섭 기
획실장(38·사진)은 '디자인보다 스타일'을 강조했다. 교복을 입는 학생들의 니즈를 세심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후발 주자인 스쿨룩스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브랜드 회사들과 경쟁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교복시장은 4월 말부터 하복 판매 시즌에 들어간다. 이 시기가 연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해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교복 시장은 4000억~5000억 원 수준. 브랜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아이비클럽이 업계1위다. 이어 스마트, 엘리트베이직 순.
교복 시장은 저출산으로 인해 3~4년 뒤엔 3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쿨룩스는 시장 감소가 예상되는 교복시장에 2004년 뛰어들었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빅뱅'을 첫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 매해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쿨룩스 설립 직후 입사해 지금은 경영기획과 사업전략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오 실장을 23일 만나 회사의 생존전략과 교복 시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들어봤다.
- 의류 제조업에서 교복 산업의 특징은 뭡니까.
"일반 의류 제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아요. 교복 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매년 가격 상한선을 제한하고 지상파 광고도 못합니다. 유통구조에선 전국 단위 점포 개설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최소 100억 원대 초기 자금이 필요하죠. 반면 투자 대비 연 평균 순이익률은 3~5% 정도로 저마진 사업이죠. 다만 교복은 필수 소비재로 경기를 타지 않아 불황에도 일정 수준 매출이 유지됩니다."
- 진입 장벽이 높은데도 스쿨룩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뭔가요.
"교복산업은 필수재란 특성이 있죠. 마케팅의 기본인 '소비자 니즈' 반영이 부족한 시장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브랜드명부터 차별화했어요. 기존 업체들인 아이비클럽, 스마트, 엘리트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반영했잖아요. '학교에 갈 때 입는 옷'이란 의미의 스쿨룩스는 '아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기업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교복 허리를 줄이고 기장을 짧게 리폼한다는 점에 착안, 교복 실루엣을 개선했습니다."
- 교복 사이즈, 기장 변화는 다른 업체들도 하고 있습니다. 차별화가 될까요.
"한국 청소년 체형 분석을 연구하는 '워너비 바디 프로젝트'를 산학협동으로 했어요. 교복 업체들은 일본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패턴이나 바디(마네킹)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교복에 사이즈나 기장을 손봐도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죠. 저희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구화 되거나 장시간 공부 등의 이유로 변화된 한국 청소년만의 체형을 파악했습니다. 이 체형을 기반으로 교복의 차별화에 집중했죠."
- 교복은 디자인이 정해져 있잖아요. 회사에 디자인 부서는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교복이 생활복인 학생들은 허리사이즈 1mm, 주름 하나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반응이 그해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교복 회사에선 디자인이 아닌 스타일 부서로 부릅니다. 디자인은 이미 정해져있지만 스타일은 업체별로 다르게 제시한다는 거죠. 매년 전국 교복유행 동향조사를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교복도 매해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럼요. 저희 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도 안양 지역이 교복 유행을 선도합니다. 연예인이 많이 배출되는 안양예고가 있는 덕택이죠. 이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 이후 강남 강북 경기북부 대전 순으로 퍼져나갑니다."
- 교복엔 항상 '가격 거품'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교복 업체의 현실과 매우 다릅니다. 관련 종사자로서 억울한 심정까지 들어요. 교복 회사들은 정부 규제나 소비자단체가 재무구조에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가격 조정도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매년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에서 감사가 진행돼 재무 투명성이 뛰어나다고 봐도 됩니다."
- 광고 모델 선정도 어렵겠네요. 정부가 톱스타를 기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잖아요.
"각 기획사별로 계약 시기에 추천하는 신인 중 선발하는 편입니다. 스쿨룩스의 이전 모델인 '빅뱅'도 그랬고요. 요즘엔 여자 아이돌이나 연예인도 모델로 많이 써요. 과거 교복 업계에선 '여자 모델을 기용하면 망한다'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옆에 있는 여자 모델을 질투한다고 할까요. 최근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학생들에도 여자 아이돌은 '내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죠."
- 스쿨룩스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뭐죠.
"매출은 재작년 420억 원, 지난해 510억 원이었어요. 외형적 성장과 제조 원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객단가 인상, 자연증가분에 따른 영향이 있었습니다. 스쿨룩스는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있어요. 현재 경쟁 브랜드들은 전국 250~300개 점포를 운영하지만 스쿨룩스는 아직 160여개 정도입니다. 다만 저출산 등으로 학생복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죠. 올해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550억 원이 목표입니다." 한경닷컴 한지아 기자 jyah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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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디자인이 다 비슷하다고요. 천만에요. 학생들은 허리 사이즈 1mm, 주름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디자인은 정해져 있어도 스타일이 다 달라요. 교복에도 유행이 있어요. 교복 트렌드는 경기도 안양 지역이 앞서갑니다.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안양예고가 있어서죠."
교복업체 '스쿨룩스' 오윤섭 기
획실장(38·사진)은 '디자인보다 스타일'을 강조했다. 교복을 입는 학생들의 니즈를 세심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후발 주자인 스쿨룩스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브랜드 회사들과 경쟁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교복시장은 4월 말부터 하복 판매 시즌에 들어간다. 이 시기가 연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해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교복 시장은 4000억~5000억 원 수준. 브랜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아이비클럽이 업계1위다. 이어 스마트, 엘리트베이직 순.
교복 시장은 저출산으로 인해 3~4년 뒤엔 3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쿨룩스는 시장 감소가 예상되는 교복시장에 2004년 뛰어들었다.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빅뱅'을 첫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 매해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쿨룩스 설립 직후 입사해 지금은 경영기획과 사업전략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오 실장을 23일 만나 회사의 생존전략과 교복 시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들어봤다.
- 의류 제조업에서 교복 산업의 특징은 뭡니까.
"일반 의류 제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아요. 교복 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매년 가격 상한선을 제한하고 지상파 광고도 못합니다. 유통구조에선 전국 단위 점포 개설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최소 100억 원대 초기 자금이 필요하죠. 반면 투자 대비 연 평균 순이익률은 3~5% 정도로 저마진 사업이죠. 다만 교복은 필수 소비재로 경기를 타지 않아 불황에도 일정 수준 매출이 유지됩니다."
- 진입 장벽이 높은데도 스쿨룩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뭔가요.
"교복산업은 필수재란 특성이 있죠. 마케팅의 기본인 '소비자 니즈' 반영이 부족한 시장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브랜드명부터 차별화했어요. 기존 업체들인 아이비클럽, 스마트, 엘리트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반영했잖아요. '학교에 갈 때 입는 옷'이란 의미의 스쿨룩스는 '아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기업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교복 허리를 줄이고 기장을 짧게 리폼한다는 점에 착안, 교복 실루엣을 개선했습니다."
- 교복 사이즈, 기장 변화는 다른 업체들도 하고 있습니다. 차별화가 될까요.
"한국 청소년 체형 분석을 연구하는 '워너비 바디 프로젝트'를 산학협동으로 했어요. 교복 업체들은 일본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패턴이나 바디(마네킹)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교복에 사이즈나 기장을 손봐도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죠. 저희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구화 되거나 장시간 공부 등의 이유로 변화된 한국 청소년만의 체형을 파악했습니다. 이 체형을 기반으로 교복의 차별화에 집중했죠."
- 교복은 디자인이 정해져 있잖아요. 회사에 디자인 부서는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교복이 생활복인 학생들은 허리사이즈 1mm, 주름 하나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 반응이 그해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교복 회사에선 디자인이 아닌 스타일 부서로 부릅니다. 디자인은 이미 정해져있지만 스타일은 업체별로 다르게 제시한다는 거죠. 매년 전국 교복유행 동향조사를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교복도 매해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럼요. 저희 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도 안양 지역이 교복 유행을 선도합니다. 연예인이 많이 배출되는 안양예고가 있는 덕택이죠. 이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 이후 강남 강북 경기북부 대전 순으로 퍼져나갑니다."
- 교복엔 항상 '가격 거품'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교복 업체의 현실과 매우 다릅니다. 관련 종사자로서 억울한 심정까지 들어요. 교복 회사들은 정부 규제나 소비자단체가 재무구조에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가격 조정도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매년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에서 감사가 진행돼 재무 투명성이 뛰어나다고 봐도 됩니다."
- 광고 모델 선정도 어렵겠네요. 정부가 톱스타를 기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잖아요.
"각 기획사별로 계약 시기에 추천하는 신인 중 선발하는 편입니다. 스쿨룩스의 이전 모델인 '빅뱅'도 그랬고요. 요즘엔 여자 아이돌이나 연예인도 모델로 많이 써요. 과거 교복 업계에선 '여자 모델을 기용하면 망한다'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옆에 있는 여자 모델을 질투한다고 할까요. 최근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학생들에도 여자 아이돌은 '내가 되고 싶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죠."
- 스쿨룩스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뭐죠.
"매출은 재작년 420억 원, 지난해 510억 원이었어요. 외형적 성장과 제조 원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객단가 인상, 자연증가분에 따른 영향이 있었습니다. 스쿨룩스는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있어요. 현재 경쟁 브랜드들은 전국 250~300개 점포를 운영하지만 스쿨룩스는 아직 160여개 정도입니다. 다만 저출산 등으로 학생복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죠. 올해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550억 원이 목표입니다." 한경닷컴 한지아 기자 jyah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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