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으로 불거진 '기내 난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승무원에 대한 욕설 무시 협박은 물론 과시형 진상 승객도 많았다. 반말 폭언 성희롱 등 도를 넘은 악의적 사례도 상당수. 승무원 해코지만 문제가 아니라 항공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기내 난동 사례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서비스를 중시하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업무방해 행위까지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에 대한 기내 폭력이나 욕설 행위는 크게 욕설형 무시형 협박형 과시형 등으로 나뉜다" 며 "과시형의 경우 '내가 누군지 아느냐' '항공사 임원 중에 지인이 있다' 같은 말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승무원에 대한 반말이나 폭언, 성희롱 시도 등은 일반적 케이스에 속한다. 1차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승객을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오히려 폭언을 퍼붓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요주의 승객 한 명이 수차례 기내 난동을 부리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가 잦다" 며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비정상적 행동으로 항공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카고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회사원 Y씨는 "(힌두식 신청 후) 궁금해서 재미로 신청해 봤다" "디저트로 제공된 멜론에 세균이 있다" "종이컵은 환경 호르몬이 있으니 와인잔에 커피를 따라와라" 등의 억지를 부렸다.
지난해 7월 제주발 김포행 항공기에 탄 주부 Y씨도 270만 원 상당의 부러진 골프채를 실은 뒤 잘못을 항공사에 덮어씌우려 했다. 이런 사실이 탄로 나자 "사장과 아는 사람이다" "얼마짜린지 아느냐, 얼른 물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50대 남성은 손을 펴서 좌석을 가리키며 안내하는 승무원에게 "어디서 손가락질이냐"며 얼굴을 가격했다. "손가락으로 나를 찔렀다"며 난동을 부리다가 항공기에서 내리게 하자 "승무원이 탑승권을 찢어 화가 났다"고 말을 바꿨다. 폭행 사실은 계속 부인하며 '승무원의 응대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악성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며 "항공기 이용 중에 발생하는 부당한 요구는 항공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소비자 인식 전환과 확실한 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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