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빨리 팔기 원하고
개인, 주가 흐름 보고 결정할 듯
▷마켓인사이트 4월23일 오전 9시30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주식 거래가 두 달여 만에 재개된다. 90%에 육박하는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 제한(록업)’ 규정이 없는 만큼 자칫 거래 첫날부터 ‘팔자’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오는 30일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지난 2월22일 거래가 정지된 지 두 달여 만에 주식매매가 재개되는 만큼 주가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래정지 결정 당시 웅진홀딩스 주가는 1975원. 거래정지 이후 웅진홀딩스는 개인 주주 등을 대상으로 3 대 1 감자를 두 차례 진행한 만큼 이론상 30일 주가는 거래정지 전 가격의 9배인 1만7775원이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이 가격보다 낮게 팔면 거래정지 전에 팔 때보다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웅진홀딩스 주식에 대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웅진홀딩스가 보유한 웅진케미칼 및 웅진식품 지분 가치가 회생계획안에 있는 평가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 매각가격이 회생계획안의 예상가격(2500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이 반영돼 2월22일 거래정지될 당시 웅진홀딩스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다른 법정관리 기업들의 주가가 회생계획안 인가 직전에 액면가의 10~20% 수준까지 급락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변수는 출자전환을 통해 89.4%의 지분을 들고 있는 채권단이다. 록업이 없기 때문에 거래가 재개되는 30일부터 당장 지분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7500원에 출자전환했다. 주가가 7500원을 넘을 경우 아무 때나 팔아도 원금을 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회생계획안의 주당 가치 7369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첫날 주가가 7500원보다 높게 형성되면 채권단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채권단별로 매각 타이밍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증권사들은 보유 지분을 가급적 빨리 팔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75% 이상 쌓았던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회계상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증권사를 통해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흐름을 지켜본 뒤 매각 타이밍을 결정할 것으로 증권가에선 예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 회사채나 CP를 주식으로 갖게 된 이들이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등도 개인투자자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일 전망이다. 이들은 중앙회가 아닌 단위 지점에서 회사채나 CP에 투자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300여개 단위 금고가 총 17%의 지분을 들고 있다. 지분을 매각한 뒤 주가가 오르면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우정사업본부(4.8%)도 당분간 주가 흐름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주 지분은 10.6%에 불과하다. 이 중 윤석금 웅진 회장 일가가 7.4%를 들고 있어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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