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랜차이즈를 부정하는 프랜차이즈법 개정안

입력 2013-04-23 17:22   수정 2013-04-23 21:28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벌써부터 논란이다. 개정안은 가맹본부의 횡포로부터 가맹점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맹본부별 가맹사업자단체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또 이들 가맹점주 단체는 가맹사업자와 1 대 1로 협상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가맹점주에 노조와 같은 단체설립권과 단체협상권이 부여된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소위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국회 정무위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노사관계처럼 간주해 내린 처방이다.

그러나 이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계약을 바탕으로 하는 엄연한 사업자 간의 관계다. 국회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갑·을 관계로 보고 마치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준다는 식의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당치 않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외견상 갑·을 관계로 보이지만 양자 간 공생관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가능하지도 않은 게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가맹본부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야만 점주를 모집할 수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본부가 생산한 가치에 편승해 창업에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게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프랜차이즈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런 사업자 관계에 정치권이 개입해 가맹점주의 단체 설립을 허용하고 단체협상권을 부여한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도 반하는 일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도 훤히 내다보인다. 영업품목 선정 등은 단체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지만 가맹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하면 결국엔 가맹사업의 본질적 부분까지 침범하고 말 것이다. 이미 이번 개정안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리뉴얼 시 40% 이내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분쟁 소지가 많은 조항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등장은커녕 기존 프랜차이즈마저 고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시장 규칙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돼야 지속가능하다. 무분별한 규제로 프랜차이즈 시장이 죽고 나면 그 때는 누구를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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