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들어가면 신나게 노는 줄 알았는데 … "고3 수험생보다 힘들어요"

입력 2013-04-24 09:24  


▶"요즘 대학생들 고3보다 힘들어요"

중간고사 시험기간을 맞은 대학 캠퍼스. 주말 저녁에도 캠퍼스에 있는 열람실들은 모두 만석이었다. 늦잠을 자고 오후에야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학교 주변 카페도 공부하는 학생들로 하나둘 들어찼다.

"오늘 전공시험 세 개나 봤어요. 사흘 밤을 샜네요. 하루에 박카스 두 병씩은 마신 것 같아요." 장윤정씨(24)는 올해 대학 4학년이다. 장 씨는 이번 학기에 봉사활동 두 개, 대외활동, 어학시험으로 토익과 JLPT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 달 전부터 학과 공부를 시작해도 시험 전날엔 밤을 새야 한다.

"평소에 잠 많이 부족하죠. 에너지 드링크 엄청 마셔요." 장 씨는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잠은 주말에 시간이 나면 몰아 잔다. "(자지 않는 것도) 자기 위안인 것 같아요. 잠을 안 잔 만큼 열심히 경쟁했다는 마음?"

그래도 고3보다는 낫지 않냐는 질문에 장 씨는 "고3이 대학생들보다 낫죠. 고3땐 대학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까. 우리 같은 대학 막학년(졸업을 앞둔 학년) 생들은 미래가 뚜렷하지 않잖아요"라고 답했다. 곧 닥쳐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컨닝의 유혹

대학생 A씨(23)는 시험을 보는 날 아침 덜컥 걱정이 됐다. 밤새 공부했는데도 시험 범위까지 공부를 끝내지 못한 탓이다.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양손 주먹을 쥐었다. 새끼손가락부터 한 손가락씩 펼쳤다.

손가락끼리 겹치는 부분에 깨알같이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완벽한 컨닝 방법이었다. 시험지에 답을 쓰는 척하면서 손가락을 펼치면 적어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이나 조교가 다가오면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으기만 하면 됐다.

A씨는 2학년 때의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컨닝 이야기를 꺼냈다. "시험은 잘 끝냈죠. 그때 손가락에 쓴 거요? (그 내용에서) 단답형 하나 나왔어요. 점수야 1, 2점 높아졌겠지만 마음은 불편하더라고요." A씨가 말을 급하게 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당장 시험 점수는 잘 받아야겠고 시간은 없고…. 친구들한텐 (컨닝 했다고) 말 못했어요. 그때 다른 친구가 컨닝했단 소문이 돌았는데, 친구들이 안 좋게 얘기하더라고요."

"이젠 그냥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컨닝은 안 해요. 너무 부끄러웠어요, 제 자신이." 그 이후로는 컨닝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오히려 공부를 더 악착같이 한다고 A씨는 덧붙였다.



▶대학 들어오면 신나게 노는 줄만 알았죠!

권미준 씨(20)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권씨는 다음 날 시험이 있다며 학교에서 밤을 새야 한다고 공부할 책과 세면도구를 챙겨 밤 9시 쯤 학교로 향했다.

"이렇게 시험이 자주 있는 줄 몰랐어요. 기초화학, 생물 과목은 1차, 2차, 3차 이렇게 틈틈이 계속 시험을 봐요. 그런 시험까지 합치면 한 학기에 시험 기간이 6주는 될 걸요?" 권씨는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했다.

한 과목 당 중간·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 외에도 학기 내내 여러 번의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일학년이니까 전공 수업 듣는 선배들보단 많이 널널하죠. 엠티도 가고 이런 저런 행사도 많고. 그래도 학점 어느 정도 챙기려면 시험들 사이사이에 조절해가며 조금씩 놀아둬야 해요."

권씨는 시험이 끝나면 주말에 MT를 간다고 들떠 있었다. "고3때 비하면 많이 자유롭고 신나죠! 그래도 대학 들어오면 매일 술 마시고 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도 아니네요. 언니도 대학생인데 맨날 스트레스 받는 거 보면 나도 나중엔 저럴까 걱정돼요."
한경닷컴 권효준 인턴기자 winterrose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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