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볍고 부팅속도 빠른 건 노트북 기본이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요"
노트북은 다른 전자기기와 달리 차별화가 쉽지 않다. 속도나 무게 등 사용자의 기본 요구사항은 정해져 있는데다 공용 부품을 쓰기 때문에 스펙 차이를 두기도 어렵다.
노트북 상품기획자들이 고민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냐는 것.
LG전자는 노트북(울트라북) 신제품 Z360에서 '화질'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았다. 유승균 포스트 PC 상품기획팀 차장은 "스마트폰에서 불기 시작한 '화질' 바람으로 소비자들도 고화질, 고해상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노트북에서도 화질만큼은 개선여지가 많은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풀HD 해상도와 IPS 패널로 '화질' 차별화
화질을 강조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고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해상도를 풀HD로 높이게 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처리해야 할 픽셀이 많아지고, 그래픽 성능도 높여야 하니 이 부분에서만 20만원쯤 비싸진다. 당장 마케팅·영업 부서에서는 "가격이 올라가서 안된다" "너무 오버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유 차장은 "신제품을 내놨을 때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걸 인식할 수 있는 계단이 있다"며 "풀HD 전 단계로 HD플러스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차이를 주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들이 안할 때 치고 나가야 뭔가 다른 '물건'이 만들어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Z360은 1920*1080에 달하는 풀HD 해상도를 탑재해 시원하고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노트북들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366*768이나 1600*900이니 경쟁력을 가질 만 하다.
상하좌우 178도 광시야각을 제공하는 IPS 패널로 어느 각도에서 보든지 밝기나 색상에 왜곡 또한 없다. 화면을 잘 보이게 하려고 노트북 디스플레이 각도를 이리저리 조절해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제품이다.
실제와 똑같은 색을 재현해 내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이다.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노트북에 옮겨와 확인할 때나, 노트북으로 인터넷 쇼핑을 즐길 때 유용하다.
◆ '슈퍼 스피드 테크'로 업계 최고 '6초 부팅속도'
화질 다음으로 신경 쓴 건 부팅속도다. 부팅이란 노트북 전원버튼을 누르고 운영체제를 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제조사들은 이 속도를 0.1초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란 어렵다. 게다가 성격 급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한국인 아닌가.
LG전자는 Z360의 부팅속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6초로 줄였다. 비결은 LG의 독자적인 '슈퍼 스피드 테크' 기술에 있다. 부팅을 하기 위해서는 장치 드라이버를 불러와야 하는데, 100여 가지나 되는 드라이버를 일일히 로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LG는 드라이버의 처리 순서와 조합을 최적화시켜 부팅 속도를 크게 단축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속도가 70배나 빠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쓴 것도 도움이 됐다.
유 차장은 "일반 노트북의 부팅시간이 24초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제품은 4배 이상 더 빨리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하던 응용 프로그램과 자료를 절전모드로 저장한 뒤 다시 불러오는 리쥼 시간 역시 5초에 불과하다.
Z360의 두께는 13.6mm, 본체 무게는 1.15kg이고 어댑터를 합쳐도 1.35kg이다. 최대 6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제공해 평소에는 어댑터 없이 다녀도 되니 여성 사용자들이 휴대하기에 부담 없다. 본체 재질은 외부 충격에 강한 마그네슘을 쓰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 태블릿 탓에 PC 위축?…"일희일비할 필요없어"
기획부터 완성까지 한 대의 노트북 신제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년이다. 이 기간 동안 상품 기획, 마케팅, 개발, 디자인, 영업 등 여러 부서가 모여 협의를 통해, 때로는 논쟁을 통해 하나의 제품을 완성해간다.
상품기획은 남과 다른 차별화를, 개발은 실현 가능한 기능을, 디자인은 미적 완성도를, 영업은 가격을 우선으로 따진다.
유 차장과 같은 상품기획 담당자들은 '눈에 보이는 차별적인 기능'을 제품에 넣기 원한다. 개발 쪽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기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기능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선다. 디자이너들은 군더더기 없고 예쁜 디자인을 강조한다. 각자의 희망사항이 다르니 충돌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재질은 바깥에 노출되면 스크래치가 생기기 쉽다" "제품이 이렇게 얇아지면 열고 닫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 등 싸우는 이유도 다양하다.
유 차장은 "우선 순위는 다르지만 결국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지향한다는 점에선 같다"며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찾고, 이 가치가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합친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PC)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4% 줄어든 7630만 대로 집계됐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1994년부터 IDC가 분기별로 PC시장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감소율이다. PC 업체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2년 간 PC 상품 기획을 담당해온 유 차장의 생각은 다르다. 태블릿은 어디까지나 세컨드PC라는 것. 그는 "태블릿만 쓰고 노트북을 안 쓸 사람은 없다"며 "일희일비할 필요없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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