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중산층 70% 목표
금전적 지원보다
일자리 제공이 더 효과적
한국의 중산층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비교적 두터운 편인데, 왜 정작 중산층 가구는 자신이 몰락했다고 생각할까. 고소득 가구에 대한 박탈감 등 심리적 원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중산층 현황의 다면적 분석과 중산층 확대 전략에의 시사점’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가 ‘중산층 70%’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부 역시 현실 진단에 혼란을 겪는 것 같다”며 “분석 결과 국내 중산층 비중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산층을 소득 중위 60%(소득 하위 20~80%)로 정의할 경우 이들의 소득 비중은 55.4%(2011년 기준)로 나타났다. 1996년 53.9%에서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51.3%로 쪼그라들었다가 점차 회복했다. 각국 소득자료를 제공하는 룩셈부르크소득연구소(LIS)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15개국 가운데 덴마크와 스웨덴 다음인 3위를 차지했다. 지표로는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윤 연구위원은 “중산층이 느끼는 압박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며 “세계화로 인해 특정 직종의 소득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자신은 정체하고 있다는 생각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꽉 막힌 터널 속에서 다른 차선 차만 움직이면 불만이 증폭된다는 ‘터널 효과’의 예다. 2인 이상 도시가구 가운데 소득 중위 가구와 상위 25% 가구의 교육비 격차는 1992년 12만원(월 평균)에서 작년 31만원으로 불어났다. 중산층의 박탈감을 키운 원인 중 하나다.
KDI는 분배구조의 약한 고리는 중산층보다 빈곤층에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 하위 20%의 소득 점유율은 1996년 8.7%에서 2011년 7.0%로 악화했다. 멕시코와 미국을 제외하면 꼴찌다. 윤 연구위원은 “영세 자영업 등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아 빈곤층의 몰락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산층의 고소득층 이동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일자리 정책의 타깃도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가구의 미취업자 1명씩을 취업시킬 경우 중산층 비중은 3.2%포인트 높아졌다. 가구당 월 20만원에 불과한 근로소득으로도 상당수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반면 전 가구의 미취업자 1명을 취업시킬 경우 중산층 비율은 도리어 3%포인트 낮아졌다. 빈곤율도 높아졌다. 빈곤층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중산층을 고소득층으로 이동시키는 효과가 더 커서다.
윤 연구위원은 “모든 계층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는 경제 활력을 북돋을 수는 있지만, 재분배 구조는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저소득층의 교육훈련을 강화해 기술 격차를 줄여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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