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입회금 반환 '시한폭탄'…렉스필드CC 사태로 본 '회원제 골프장'의 현주소

입력 2013-04-24 17:23   수정 2013-04-24 23:41

회원권 폭락에 반환 요청 봇물…즉시 반환 입회금 수도권만 8조

일부만 반환 후 계약 연장…회원 공유 등 자구책 나서




‘명문 골프장’ 수난시대다. 수도권 명문 골프장으로 손꼽히던 경기도 여주 렉스필드CC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회원제 골프장들은 “올 것이 왔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최근 들어 빗발치는 입회금(회원권 분양대금) 반환 요청과 경영난으로 막다른 길에 봉착한 상태다. 렉스필드CC 사태로 입회금을 되찾으려는 골프장 회원들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입회금 반환 폭탄 언제 터질까

입회금 또는 회원권 분양대금은 골프장이 회원권을 분양할 때 회원들로부터 받은 ‘예수 보증금’이다. 거치기간(통상 5년)이 지난 뒤 회원이 반환 청구를 하면 되돌려줘야 한다. 렉스필드CC는 그동안 230억원가량의 입회금을 돌려주며 버텼으나 대주주인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반환 요청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속수무책 상태가 됐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은 5년 전 분양한 창립회원 100명의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초긴장 상태다. 분양 당시 비슷한 수준의 인근 골프장 회원권 값이 10억원을 넘던 시절이어서 창립 회원 모집이 1주일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회원권 값이 폭락하면서 입회금 반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전원 반환을 요청할 경우 1인당 5억원씩 총 500억원을 내줘야 할 형편이다.

전국 250개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금액은 17조900억원에 이른다. 수도권 80개 골프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조833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반환 규모가 큰 곳은 해비치서울(2600억원) 이스트밸리(2489억원) 아난티클럽서울(2143억원) 가산노블리제(2122억원) 해슬리나인브릿지(2118억원) 렉스필드(2090억원) 휘닉스스프링스(2046억원) 등이다.


○운영할수록 적자나는 회원제

회원제 골프장은 장기적으로 영업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초기에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회원권을 분양한 탓이다. 강배권 대중골프장협회장은 “현재 250개에 달하는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가량이 회원들의 그린피를 면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지자 주중 회원권을 팔아 만회하려고 하지만 회원권 가치가 더 떨어지는 등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2년 골프장 경영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9개 회원제 골프장의 46.5%인 60개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27홀 골프장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27홀을 1년간 운영해서 120억~130억원 정도 매출이 나온다”며 “이 돈으로 세금 내고 인건비, 관리비 등을 충당하면 내핍경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입회금 반환 연장 위한 대책 강구

입회금 반환을 연장하기 위한 묘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프장들은 분주하다. 경기도의 한 명문 골프장 관계자는 “입회금 반환을 미루기 위해 회원권 시세와의 차이인 30%만 먼저 돌려주고 나머지 금액으로 계약 연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회원 공유는 주로 수도권과 지방, 국내와 해외 골프장 간에만 이뤄졌으나 수도권 골프장끼리 묶어 하나의 회원권으로 여러 개의 수도권 골프장을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가산노블리제 등 20여곳 법정관리 절차…공개매각·퍼블릭 전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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