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한 에셀을 세계적인 사상가 명단에 올려놓은 것은 2010년에 쓴 소책자 《분노하라》였다. 에셀은 이 책에서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만든 레지스탕스 정신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며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버리고 인권을 위협하는 것에 “분노하라”고 다그쳤다. 그의 외침은 이듬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를 휩쓴 분노 시위로 이어졌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목수정 옮김, 문학동네, 300쪽, 1만4500원)는 에셀이 지난해 프랑스에서 발표한 자서전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진보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불꽃 같은 신념으로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사상과 행보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민낯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소설가와 사랑에 빠졌던 어머니, 17세에 경험한 친구 어머니와의 사랑, 30대 초반에 만난 한 여인과 평생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다 아내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재혼한 이야기 등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진정한 현실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것이지 정해진 한계를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이라고 말한다.
《세기와 춤추다》(임희근 김희진 옮김, 돌베개, 436쪽, 2만원)는 에셀이 80세에 지인들의 우정 어린 권유에 못 이겨 쓴 회고록이다. 독일의 유대인 작가 집안에서 태어나 레지스탕스로 활약하고 종전 후 외교관의 길을 걸은 자신의 인생을 탁월한 역사 다큐멘터리로 완성했다.
에셀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타계하기 직전까지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라 방구아르디아’ 파리 특파원이자 작가인 유이스 우리아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유작 《포기하지 마라》(조민현 옮김, 문학세계사, 126쪽, 9500원)도 함께 출간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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