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멘트 묘

입력 2013-04-25 17:36   수정 2013-04-25 22:5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빗속에 관을 실은 마차가 공동묘지로 향한다. 천으로 싼 시신이 구덩이로 던져진다. 36세에 요절한 모차르트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이다. 그의 묘는 끝내 찾지 못했다. 빈의 모차르트 묘는 표지석과 그를 애도하는 천사만 세워져 있다.

‘OK목장의 결투’의 무대였던 미국 툼스톤에는 부트힐(Boot Hill) 묘지가 있다. 무법자들이 죽으면 부츠도 안 벗기고 묻어 붙여진 이름이다. 툼스톤이란 지명도 금광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묘비(tombstone)만 남긴다는 데서 유래했다.

성서에도 나오듯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시체를 묻는 매장의 시초는 네안데르탈인이었다. 유해 3구가 똑같은 자세로 묻혀 있는 5만년 전 유적이 스페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매장은 내세신앙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집트 피라미드 중 가장 큰 쿠푸왕 피라미드는 남쪽 환기구가 오시리스신(저승신)을 상징하는 시리우스를, 북쪽 환기구는 당시 북극성을 향했다. 죽은 파라오가 환생과 영생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중국의 매장 이전 장례법은 한자로 알 수 있다. 장사 지낸다는 뜻의 ‘葬(장)’은 시신(死)을 땅위(土)에 놓고 풀(艸)을 덮어놓은 형상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일부 섬에서 행해졌던 풍장(風葬)과 유사하다.

반면 유목민의 장례법은 자연환경의 산물이다. 초원를 떠도니 묘지가 무의미했고 나무가 없어 화장도 어려웠다. 티베트의 조장(鳥葬)도 바위산이 대부분인 고원지대에선 땅을 팔 수가 없었던 탓이다. 몽골족은 이동 중에 일행이 죽으면 낙타 새끼와 함께 묻었다. 모성애가 강한 낙타가 세월이 지나도 새끼가 묻힌 곳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육신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선 죽으면 땅에 묻었다. 로마시대 박해를 피해 지하 카타콤베에 숨은 기독교도들은 시신을 동굴 벽면에 매장했다. 반면 불교 힌두교에선 윤회설에 따라 화장(火葬)이 보편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에도 불교와 더불어 화장이 전파됐지만 대개는 유교식 매장을 선호했다. 조선 성종 때는 화장을 국법으로 금하기도 했다.

전남 고흥에서 한 문중이 선산묘 12기 중 9기를 봉분은 물론 주위까지 온통 시멘트로 덮어 이목을 끌고 있다. 관리인 구하기도 어렵고 멧돼지가 묘를 파헤치자 후손들이 고육책으로 시멘트 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문중 납골묘에 인조잔디를 깔아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법규에는 봉분 주변에 잔디·화초·수목을 심도록 돼 있다. 시멘트 묘가 허용될지는 의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화장이 대세다. 조상묘를 시멘트로 덮을 바에야 차라리 화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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