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의 워킹 맘&대디 스토리] (10)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접한 엄마들의 마음

입력 2013-04-26 14:23  

밤늦게 일을 하는데 퇴근해서 아이를 보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 애가 어린이집에서 코를 다쳤다는데 코피가 많이 나.”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다쳤길래 집에서까지 코피가 계속 나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곧이어 들리는 작은 아들의 목소리 “엄마 나 다쳤어, 코에서 피나니까 대일밴드 붙여줘.“

작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아들의 작은 콧구멍에는 피가 난 흔적이 더덕더덕 있었고, 이마에는 상처들로 가득했다.

몇 달 전에는 어린이집 미끄럼틀에서 넘어져 팔에 기부스를 하더니 이제는 코피까지...

안 그래도 가장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게 해서 미안한데 다쳐서 온 아이의 모습을 보니 속이 상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그 때 선생님은 뭘 하고 계셨는지 살짝 원망스러웠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잠이 오지 않아 뉴스를 검색했더니 부산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교사 2명이 17개월 아이를 때렸다는 내용과 함께 맞아서 상처가 난 아이의 사진이 나왔다.

믿고 맡길 수 있어서 대기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는 공립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아이를 때렸다니, 어이가 없었다.

어린이집에서 다쳐 코피가 난 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순간 울컥했다.

“이런! 불안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가 있나...”

물론 아이들은 집에서도 놀다 다칠 수 있고 언론에 나오는 일부 문제 교사들 말고는 대부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교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다행히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들은 무한 신뢰가 가서 아이들에게 덜 미안하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쳐서 오면 속상하고, 이렇게 어린이집 아동 학대 기사들이 보도될 때마다 "혹시 우리 아이의 이 상처도..?”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무조건 믿고 맡기기에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어린이집 문제들이 너무 심각하다.

특히 아침 일찍부터 종일 어린이집에 둬야 하는 워킹맘들은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일을  그만둬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고 아이에게 한 없이 미안해진다.

주변에 일은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할 건 없고 그나마 제일 따기 싶고 만만한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어린이집에서 일이나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꽤 많다.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도 함부로 해 ‘친엄마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엄마들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섬뜩해진다.

정서적인 유대감과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영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무엇보다 자질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따뜻함과 인자함,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교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한지의
여부보다는 비교적 손쉽게 딸 수 있는 보육 교사 자격증의 소유 여부로 보육 교사를 채용한다.

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보육 교사로서의 경력만 있으면 손쉽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으며 문제가 됐다고 해도 폐쇄하고 타 지역에 가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다시 어린이집을 개설해 운영하는 곳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베이비시터 못지않게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도 복불복이라는 말을 한다.

종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하는 워킹맘들은 전화기에 어린이집 번호만 찍혀도 놀라고 아이에게 생긴 상처만 봐도 불안하다.

워킹맘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 걱정하지 않도록 믿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많이 확충하고 보육 교사의 질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상처를 남겨줬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저 출산 운운하며 아이만 많이 낳으라고 하지 말고 낳은 아이라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온 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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