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엄마의 하루…'영혼을 잃지않는 엄마' 가이드북

입력 2013-04-26 15:18  

흔히들 일하는 엄마들은 퇴근후 집에가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가사와 육아와 직장생활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지만 아이와 싸우거나 남편과 다투고 울화통이 치밀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매사 따지기 좋아하고 성질 급한 워킹맘 편집자와 세계적인 평화 운동가이자 ‘참여 불교’의 창시자인 틱낫한이 이런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께 만든 책이 출간됐다.

'엄마의 마음공부(책세상)'는 세계적 불교 지도자들의 저서를 출간하는 패럴렉스 출판사의 편집장 레이철 뉴먼이 틱낫한의 전담 편집자로 일하면서 서서히 마음챙김을 익히고 삶의 변화를 맞이한 과정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에세이다.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레이철 뉴먼은 9․11 테러 직후 이와 관련해 틱낫한과 인터뷰를 한 후 깊은 인상을 받고, 이듬해 그의 전담 편집자 자리에 지원한다. 불교서적 전문 편집자로 출판 일에 뛰어들었을 때, 그녀는 서른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첫 아이를 가진 만삭의 임산부였다.

불교에 문외한인 확고한 무신론자에, 무엇이든 의심부터 하고 보는 회의주의자에,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에게 육아와 불교서적 편집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었고, 자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바꿔야 하는 도전으로 다가왔다. 견고하기만 하던 그녀의 세계는 그 두 가지로 인해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출판 편집이라는 낯선 업무, 불교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접한 명상과 마음챙김, 생애 처음으로 맡게 된 엄마라는 역할…… 그녀는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고 다시 갈피를 잡으면서, 서서히 변화의 물살을 타고 생생한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랑스러운 두 아이 루나와 플럼, 인생의 파트너 제이슨, 그녀와 함께 일하는 틱낫한이 있었다.

“나는 완벽하고 불행한 ‘엄마’가 아닌 부족하지만 행복한 ‘인간’이 되고 싶다”

'엄마의 마음공부'에는 그녀가 틱낫한을 만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고달픈 워킹맘의 일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냥 행복하게 그려져 있지는 않다.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머리와 따로 노는 마음, 작심삼일에 그치는 결심, 사소한 짜증들로 흔들리는 일상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레이철 뉴먼의 분투기는 기혼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통적 덕목들을 완벽히 수행하고 직업적 성취까지 이룬 ‘성공한 여자’ 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엄마가 아닌 행복한 인간이다. 그녀는 가사와 육아와 직장생활을 완벽하게 해내거나 그 안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보다는, 자주 아이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일터와 가정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는 모성을 윤리적 잣대로 들이대고 ‘슈퍼맘’이 되기를 요구하는 요즘 세태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육아 및 살림에 대한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맞벌이를 하는 엄마뿐 아니라 전업주부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인생이란 백 미터 달리기처럼 짧은 시간 안에 이루고 쟁취해야 할 무언가가 아닌,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돌봐야 할 마라톤 경주와도 같은 것이다.

레이철 뉴먼이 제안하는 마음챙김은 그 같은 맥락 안에 있다. 그녀는 획기적인 전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작은 노력만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이 훨씬 풍부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행복은 나 자신의 평화에서 시작되어 내 주변, 그리고 낯모를 타인들에게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올바른 가치를 위해 연대를 꾀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엄마의 마음공부'에는 한 생애를 지치지 않고 무사히 건너는 데 필요한 작은 보석 같은 지혜들이 들어 있다. 레이철 뉴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처럼 아주 작은 연습으로 일상을 좀더 풍요롭고 온전히 누리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마음속에 솟아오른다.

'엄마의 마음공부'는 불교 교리에 무지하거나 명상을 해본 적이 없는 독자들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마음챙김 명상법들도 소개하고 있다.

레이철 뉴먼이 소개하는 명상법들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마음의 평화와 고요를 경험하고 싶어 템플스테이를 하거나 명상센터를 찾는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런 일련의 노력들을 유지해나가기는 쉽지 않다. 레이철 뉴먼이 제안하는 수행법들은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바쁜 가운데 생에 찾아온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두는 법, 배우자나 자녀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법, 일상에서 짧은 짬을 내어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 법,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던 통념들을 되짚어보는 법 등이 그녀의 경험과 버무려져 재미있게 소개돼 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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