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로건설 예산 늘려라"…추경 심사 국토위, 이례적 요구 왜?

입력 2013-04-26 17:12   수정 2013-04-26 23:44

힘센 수도권 의원 포진
'지역구 챙기기' 논란
29일 회의서 다시 논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6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이례적으로 수도권에 건설 중인 도로 예산에 대해서만 더 증액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개 국회는 정부의 예산안이나 추경안에 대해 감액 내지는 신중한 검토 의견을 낸다.

국회 국토위가 작성한 ‘2013년도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국토위는 정부가 요청한 국토위 소관 추경 사업 18개 중 ‘민자유치건설보조금 추경예산안’ 항목에 대해서만 더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17개 사업에 대해선 “추경 요건에 맞지 않다”거나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적절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더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 사업뿐이다.

해당 사업은 민간이 투자하는 도로 건설 사업에 국가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다. 사업 구간은 △구리~포천(본예산 1069억원) △광주(경기)~원주(1334억원) △인천~김포(571억원) △수원~광명(1630억원) △상주~영천(500억원) 등으로 상주~영천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에 총 1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구리~포천 구간 사업에 500억원을 추가로 배정했고, 인천~김포, 상주~영천엔 각각 150억원을 더 주자고 했다. 나머지는 사업별로 100억원이 추가됐다.

국회는 하지만 이들 사업에 대한 정부 추경이 부족하다며 추가 배정을 요구했다. 이유에 대해선 “국고 투입이 지연될수록 지가 상승에 따른 용지보상비가 증가한다는 점과 예산 조기 투입은 토지소유자의 소득 증가뿐 아니라 민간건설업체의 추가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땅값이 오르기 전에 먼저 땅을 사고, 이 땅값 지출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다른 도로 사업 추경에 대해선 “용지보상 과정이 토지소유자와 협의가 안 되는 경우 9개월이나 걸려 (추경 효과가 없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으로 적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도로사업비 증액 주장의 뒷배경에는 국토위를 주도하는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국토위엔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상당수인데, 이들 의원의 입김이 반영돼 정부보다 더 예산을 늘리자고 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위에서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은 박상은(인천 중·동·웅진) 심재철(경기 안양동안) 함진규(경기 시흥갑)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새누리당 의원과 문병호(인천 부평갑) 박기춘(경기 남양주을) 신장용(경기 수원을) 윤후덕(경기 파주갑)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 30명 중 8명이지만 이들이 상임위 의견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박기춘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다. 국회 관계자는 “경기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박 원내대표가 직접 수도권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증액과 감액 등의 의견이 부딪혀 29일에 다시 열기로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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