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이상이 있는 거 아니야? 불빛이 깜빡거리고 소리도 나고. 운전 좀 똑바로 해봐.”
볼보 V40를 처음 탄 사람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곳곳에 ‘인간을 사랑한’ 안전장치가 많아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제아무리 ‘사람을 사랑한다’고 광고해도 이 차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구애 정도로 따지자면 V40는 ‘스토커’ 수준이다. 운전자가 차선을 여섯 번씩 넘나들며 난폭 운전을 해도, 안전벨트가 불편하다고 진상을 부려도 악착같이 바로 잡아준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정여사라면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다’며 물려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불평하자면 경고 센서가 많다. 옆 차선에 차가 다가오면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LIS)이 작동, 좌우 측면 경고등에 빨간불이 번쩍 들어온다. 뒤쪽엔 후측면 접근차량 경고시스템(CTA)이 있어 후진할 때 접근하는 차가 있으면 경고음이 ‘삐비빅’ 울린다.
전방 카메라가 차선과 차량의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차선유지 보조시스템(LKA)도 있다. 차선을 벗어나면 반대쪽으로 스티어링 기어에 힘을 가해 차량이 원래의 방향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래도 ‘탈선’하고 고집부리면 최후의 수단으로 스티어링휠을 부르르 떨어 진동을 일으킨다. 여러 번 지적을 받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사람이 운전하는지,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지 헷갈린다.
‘잡다한’ 기능도 많아 초보 운전자들은 미리 공부해야 한다. 기자에게 시승차를 ‘배달’해준 대리기사님은 애꿎은 경고등을 누르며 주차장에서 한참 동안 끙끙대고 계셨다. 사이드 미러를 접는 버튼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 차의 ‘박애주의’ 정신은 보행자 에어백에서 발휘된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방에 7개의 센서가 있어 차량과 부딪힌 대상을 감지한다. 사람으로 판단되면 보닛을 수직으로 10㎝ 들어올려 ‘U’자 형태의 에어백을 팽창시킨다. 차에 부딪힌 사람을 푹신하게 감싸준다.
시속 50㎞ 이하에서 추돌 위험이 발생하면 스스로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전자동 추돌 방지 장치)’도 신기하다. 정체가 잦은 도심에서는 사고의 상당수가 시속 30㎞ 이하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DSTC)은 고속 주행 때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준다. 미끄러질 것 같으면 엔진 출력을 감소시키거나 바퀴에 제동을 건다. 좌우 구동력을 배분해주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이 있어 주행감도 안정적이다.
이렇게 최첨단 기능을 다 넣었는데도 차값은 3690만~4190만원이다. 터무니없이 비싸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운전하는 재미가 없다는 것. 가끔은 덜컹거리고 흔들거려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느낌이 없다. 조금만 속도를 내려고 하면 잔소리를 하니. 안전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자유를 달라. 다정도 병인양하여 운전 못할 듯하여라.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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