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엄마가산점제' 도입해야 하나

입력 2013-04-26 17:37   수정 2013-04-26 23:49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직장을 그만둔 엄마들이 재취업하려고 할 때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엄마 가산점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남녀 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은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으나 재취업할 의사가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이 국가기관, 국공립학교 등 취업지원 실시기관에 응시할 경우 과목별 득점의 2% 안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엄마 가산점제는 발의된 지 넉 달 만인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후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개정안은 군 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경력 단절에 대한 보상으로 가산점 혜택을 주는 제도라 ‘성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다.

엄마 가산점제 도입에 공감하는 측은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에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엄마들의 재취업을 촉진해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가산점 부여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도의 혜택이 커지려면 가산점을 받는 사람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그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집단이 역차별당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유급 직업 훈련이나 특정 직장에서 우선 취업의 기회를 주는 등의 대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재원 확보를 통해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찬성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촉진…임신·육아 따른 불평등 줄여

‘엄마 가산점제’는 특정 대상에 한정해 인센티브(가산점)를 부과하기 때문에 남성이나 미혼·불임 여성과의 역차별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개정안에는 이런 역차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세 가지 제한 요건을 뒀다. 첫 번째는 가점을 받은 합격자를 선발 예정 인원의 20% 이하로 하고, 두 번째는 가점을 부여하는 기회도 일정 횟수와 기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며, 세 번째는 가점을 받은 합격자가 호봉이나 임금을 산정할 때 임신·출산·육아 기간을 근무 경력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해 이중 보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 많은 분이 지지를 해주셨다. 그리고 또 많은 분이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이로 인해 ‘엄마 가산점’이 꼭 아니더라도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다시 조명받게 된 점은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엄마 가산점제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형평성에 맞지 않고 역차별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특히 불임비정규직미혼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입법과 제도 시행 단계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일과 가정의 조화’ 같은 근본적인 고민이 없는 임시 방편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복지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됐고, 일부는 법안 취지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빚어진 혼선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 그래서 그간 많은 분이 주신 의견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말씀드리려고 한다.

미혼·불임여성 역차별 논란…개정안 통해 최소화 노력

우선, 이 법안을 불임·비정규직·미혼 여성에 대한 역차별 정책이라고 더 이상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정 대상을 차별하기 위해 법안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그분들의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법안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는 다만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어린 두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수많은 여성에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경력을 단절해야만 했던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동의하는 수많은 여성은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이런 논쟁에 공개적으로 끼어들 여유가 없어 그 목소리가 사회로 전달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둘째, 이 법안에는 가산점 대상자의 구체적인 자격 요건과 사유 증빙의 문제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해 사회적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수적이고, 구체적인 요건들을 법률로서 일일이 명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의도했던 것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논의 기구를 구성해서 그 결과를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명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혜 대상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걱정은 민·관이 참여하는 인정위원회와 같은 것을 구성해 그 대상을 선정하게 되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봤다.

셋째, 일과 가정의 조화와 양성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하고, 나도 앞장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엄마 가산점제를 도입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력 단절 여성들의 규모와 그 특수성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분기 현재, 결혼·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은 190만명에 이른다. 사유별로 보면 육아가 28.0%(54만명)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임신·출산이 20.0%(38만명)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에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일자리를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들은 가장 차별받는 대상 중 하나다. 여전히 대다수 기업이 기혼 여성의 경력직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느라 오랜 시간 자기계발 기회가 단절되고 직업훈련이나 교육 기회도 쉽지 주어지지 않다 보니 경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엄마들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배려하지 않으면 다시 직장을 갖기가 매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문화와 사회 분위기의 개선 속도는 아직도 더디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조화를 위한 양성평등문화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 주자는 것이 이 법안의 근본 취지다. 주요 선진국에서 ‘소수인종에 대한 쿼터제’ 같은 정책이 도입된 것도 같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1.3%가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많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점이 없는 무결점 제도는 없다.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 효과…일과 가정의 조화 이룰 것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개정안은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대 진영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재취업 종합대책이나 사회적인 재교육 기회가 마련돼야 하고 기업의 인사문화도 개선되는 등 여러 개선책이 총체적으로 아우러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실효성이 없다고 미리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공론화된 지 얼마 안 된 법안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된 많은 엄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더욱 현실적인 방안들이 나와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반대 2030 취업준비생에 박탈감…軍가산점제처럼 위헌 소지

엄마 가산점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선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엄마 가산점제를 도입하면 출산과 육아로 사회활동 경력이 중단된 여성들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여성의 사회활동이라는 양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성 여론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제대군인 가산점제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이 엄마 가산점제에도 비슷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군대에서 복무하면서 국가에 봉사한 젊은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사회활동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 이상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당위성이 있음에도 제대군인 가산점제는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됐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폐지됐다.

이 과정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도입된 제도라도 본래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하게 보완하지 못하면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제도로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대군인 가산점제의 취지는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그 제도를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군복무를 하지 못하는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됐다.

수혜자 늘면 피해자도 증가…사회적 갈등 부추길 것


더구나 공무원시험의 경쟁률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일부 직역의 경우 아예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합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 가산점제가 다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엄마 가산점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은 과연 엄마만 지는 것인가. 엄마 가산점, 제대군인 가산점, 장애인 가산점 등을 모두 인정하게 되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통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가산점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가산점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가 충분한 재원이나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가산점 부여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혜택을 주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최근 실업률이 매우 높은 가운데 치열한 취업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에게 가산점은 매우 큰 혜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과도한 특혜일 수 있다. 차라리 유급 직업 훈련이나 특정한 직장에서 우선 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가산점이 취업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면 불만 내지 반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가산점을 부여할 때 가산점이 취업 전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가산점을 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동시에 가산점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없애는 것이 돼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는 사람의 숫자도 매우 중요하다. 가산점을 받는 사람이 적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도 다수가 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가산점은 합헌으로 인정하면서도 제대군인 가산점은 위헌으로 인정한 배경에는 이런 차이점이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엄마 가산점은 본질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제도의 취지에 따르자면 엄마 가산점을 받는 사람이 많아져야 할 테지만, 대상자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엄마 가산점제가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는 열쇠로 이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 직업선택 자유 침해…직업적응훈련 등이 바람직

최근 정년 60세 연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도 많지만 청년 실업자들은 자신의 취업 기회가 더 줄어든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어느 한 계층에 유리한 제도가 다른 계층에 그늘을 드리우는 예를 무수히 낳고 있다. 엄마 가산점제 역시 수혜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이해관계의 충돌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가다. 엄마 가산점제가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제도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제대군인 가산점제가 그랬듯 초기에는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더 부각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피해자로 느끼는 사람들이 더 증가할 것이다. 엄마 가산점제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가산점제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보다는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성들의 직업활동 복귀에 대해서도 획일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보다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이들을 위한 유급의 직업 적응 훈련과 전문적인 직업 정보 제공 등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어떤 제도도 만능의 마법상자는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 자체보다는 제도의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애초에 제도가 안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무시한 채 운용만 잘 하려고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완전한 제도는 없더라도 장점이 더 큰 제도와 단점이 더 큰 제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도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책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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