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 있는 육군 제2포병여단 장병들은 요즘 야간훈련에 나설 때 자신감이 넘친다. K-9 자주포 및 레이다 기지마다 빛을 쏘아주는 투광등이 설치돼 대낮과 같은 환경에서 북한군의 도발에 대응한 훈련을 재빨리 할 수 있어서다. 종전에는 플래시에 의존한 조명 속에서 움직이다 보니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2포병여단이 한층 강력한 전투대비태세를 갖추게 된 데에는 이 부대와 지난해 10월 ‘1사 1병영’ 자매결연을 맺은 태원전기산업이 지난해 12월 1300만원 상당의 투광등 350개를 기증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선과 배전함(2500만원 상당)까지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세용 태원전기 회장(65·사진)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매결연 부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왔을 뿐”이라고 지원동기를 설명했다. 2포병여단은 이에 대한 답례로 지난 9일 이 회장 등 간부 5명을 초청, 감사패를 전달하고 포탄사격 시범을 참관하도록 했다. 이날 이 회장은 “손자뻘 되는 사병들이 땀 흘리는 것을 것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며 “전역을 앞둔 모범 사병을 채용할 방침이니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제의했다. 염완균 여단장(51)은 “태원전기는 부대의 전투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뒤 “안보와 경제는 상생 관계라는 1사 1병영 캠페인의 취지를 실천한 모범사례”라고 자평했다.
태원전기는 지난해 1063억원의 매출에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회장이 1984년 창업한 뒤 국내 최고의 조명기구 제조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육군에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늑막염에 걸려 13개월여 만에 일병으로 제대하는 등 병영생활에 곡절이 많았지만 군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오는 10월 창사기념일에 생산직 사원 80여명을 2포병여단에서 1박2일간 병영체험훈련을 시킬 예정이며 내년에는 사무직 직원 등에게도 안보견학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 회장이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2007년 우리역사연구재단을 설립한 뒤 위당 정인보 선생이 동아일보에 1935년부터 연재하다가 1936년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기고가 중단됐던 조선사연구 한글역주본을 최근 펴냈다. “해제가 추가되면서 책이 두꺼워진 데다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라며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 책의 서문을 ‘5천년간 조선의 얼’이란 제목의 소책자로 따로 발간해 다음달 초 2포병여단 장병들에게 한 권씩 나줘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얼이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국민들의 정신자세 확립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말을 타고 달리는 고구려인의 기상을 형상화해 회사 로고로 쓰고 있으며 회사명도 앞으로 ‘말타니’로 개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승욱 1사1병영팀장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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