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에서 임원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포퓰리즘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의 더글러스 프리스키 임원 보상 부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서울 신문로 타워스왓슨 한국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스위스와 유럽연합(EU) 등이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건 데 대해서다.
그는 “임원 연봉 문제가 감정적인 이슈이다 보니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연봉 상한제는 세계적 추세로 이어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프리스키는 CEO 연봉과 보너스 컨설팅 등 세계 글로벌 기업의 임원 보상 부문에 20여년간 종사해온 전문가다.
▷최근 여러 국가가 CEO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 탓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임원들의 연봉 체계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하면서 정치인과 정부가 앞다퉈 규제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CEO의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국과 EU도 비슷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한 평가는.
“한쪽을 규제로 찍어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같은 경우 밀리언달러캡이란 연봉 규제를 도입하자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스톡옵션 비중이 늘어났다. 정부 개입이 필요한 회사는 소수인데, 전체 업계를 규제하려고 보니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자율 정화다.”
▷임원 보상 설계에 함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처음 CEO의 연봉을 정할 때 회사가 1000억달러 정도의 이익을 낼 거라 예상하고 CEO에게 회사 이익의 1%를 준다고 했다 치자. 그런데 만약 이익이 1조달러로 늘었다면 어떻게 될까? 100억달러라는 큰돈을 CEO 연봉으로 써야 한다. 그만큼 임원 보상 설계는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급여 경쟁력이 낮으면 인재들을 다른 회사에 뺏길 수밖에 없다.”
▷문화와 임원 보상 트렌드와의 상관관계는.
“미국은 임원과 직원 사이의 보상 격차가 커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성과주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유럽 쪽은 공정성을 더 중시하는 편이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보상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외국은 회사를 떠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연금 보상 체계가 잘돼 있어 임원들이 느끼는 안정감이 있다. 해외 인력이 한국 기업에 왔을 때 이런 부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문화적 충격은 물론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부분을 참고해 글로벌 보상 체계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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